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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5일(金)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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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혹은 밥상에 오른 음식으로서 냉이를 접한 사람들은 진한 향, 긴 뿌리, 새의 깃 모양의 잎을 떠올린다. 그런데 들에서 냉이를 접한 사람들은 희고 깜찍한 꽃에 대한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헷갈릴 만한 것이 바로 꽃다지이다. 나고 자라는 곳과 시기는 물론 생김새마저 닮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꽃마저도 모양이 비슷한데 꽃다지의 꽃이 노란색인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래서 꽃다지를 노란 냉이라 부르기도 한다.

꽃다지가 봄꽃이지만 다 시들어버린 시기인 여름에도 꽃다지를 볼 수 있다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름철의 꽃다지는 오이, 호박, 참외, 가지 등의 첫 열매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거의 접하기 어려운 말이고 말뜻을 설명하는 이도 없으니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꽃’과 ‘닫이’가 결합된 말로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꽃이 그 역할을 다한 후 닫히고 난 뒤에 맺는 열매이니 ‘꽃닫이’라 할 만하다.

사람에게 꽃은 색과 향기로 기억되고 벌과 나비에게는 꿀의 원천으로 여겨지지만 꽃의 이 모든 것은 본연의 목적이 있다. 색, 향, 꿀로 곤충을 유혹해 수정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 그것이다. 그 과업이 다 끝나고 꽃이 닫히면서 열매가 맺히니 생각해 보면 꽃다지란 말은 잔혹한 면이 조금 있다. 작물의 첫 열매이니 간절히 기다릴 법하지만 화려한 꽃을 닫은 대가로 열매를 얻는 것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의 일대기는 결국 세상에 나서 주어진 생을 누리며 다음 세대의 삶을 열고 자신의 삶은 닫는 것이다. 작물의 첫 열매를 뜻하는 꽃다지는 그러한 생을 너무도 정확하게 표현한다. 그렇다고 마냥 서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꽃다지가 있다는 것은 이미 닫힌 운명의 꽃이 그 책임을 다했다는 증거이다. 싱싱한 오이가 상 위에 올랐다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오이뿐만 아니라 자신도 꽃다지였다는 것을.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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