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尹정부 첫 부동산 대책부터 공허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8-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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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방향 전환 옳지만 ‘숫자 잔치’
1기 신도시 정비 임기 넘길 판
와닿지 않는 후속 대책 땐 역풍

큰 그림만 그려선 공감 못 얻어
“변죽만 울린다” 갈수록 실망
귀중한 ‘골든타임’ 다 날린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국정 정상화에서 부동산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양질의 주택 부족은 징벌적 세제와 함께 국민 대다수에게 엄청난 고통을 줬다. 특히, 1주택 중산층과 무주택 서민층엔 더욱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윤 정부의 첫 작품인 8·16 부동산 대책에 기대가 쏠렸던 이유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실망하는 소리만 들린다. 공감이 안 가니 그렇다.

방향이야 옳다. 민간 주도로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서울에 50만 가구를 집중 공급하는 등 전국에 총 270만 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문 전 정부가 임기 내내 공공 임대주택 중심 정책과 임대차 규제 3법을 밀어붙여 집값 폭등·전월세난 등 부동산 대란을 불러일으켰던 일은 최소한 벌어지지 않을 게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연도별 주택 공급 숫자를 나열하며 큰 그림만 제시했을 뿐, 정작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세부 내용은 내달 발표로 미뤘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초과이익 환수제 등 부담금 감면 방안, 시세의 70%로 분양해 로또 소리를 듣는 청년 원가 주택·역세권 첫 집 등이 언제, 어떻게 시행되는지 궁금증만 더 커졌다. 인기가 시들한 공공 재개발에 지난 26일 신규 후보지 8곳을 내놓은 것 역시 감흥을 주지 못한다.

특히,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자중지란이다.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용적률 상향 등 특별법을 당장 만들 듯이 호언했지만,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가 ‘중장기 과제’로 바꾸려다 반발을 산 끝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만들겠다고 했던 마스터플랜이 이번에는 이주대책 등을 이유로 오는 2024년까지로 늦춰졌다. 윤 정부 임기 내 착공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민감한 공약 지연에 사과는커녕,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2024년 총선용 인질이 됐다거나, 공약 후퇴가 아닌 파기라는 주장까지 나오니 딱하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달라”고 질책한 정도다. 그렇지만 질책 전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질책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을 걸겠다”는 해명 모두 빗나갔다. 특별법은 언급도 없다. 5년도 빠듯한 과제라면 기대를 키우지 말았어야 한다. 피해자는 국민인데 마치 국민이 몰라서 벌어진 오해라는 식으로 국민을 탓하는 셈이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 아직도 모른다. 와 닿지 않는 공허한 후속 대책들이 나오면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국토부만이 아니다. 윤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어도 부처마다 큰 그림만 제시할 뿐, 실천이 없다. 부처와 기관을 상대하는 감사원 외에 대민(對民)부서 중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기획재정부 정도만 그나마 제 몫을 하는 형국이다. 국민의 분노를 사는 정책 혼선, 알맹이 빠진 대책 등이 잇따른다. 장관들이 업무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노회한 공무원들의 보신 변명과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에 익숙한 조직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의심도 든다.

국정 홍보 잘못이 아니라, 말만 있고 실천이 없는 게 윤 정부 문제의 본질이다. 국민은 실천을 기대하는데 정부는 그림만 그린다. 8·16 대책만 해도 제·개정이 필요한 법률이 12개나 된다. 실천력이 없으면 국회를 넘을 수 없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국민, 야당, 이해 당사자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현안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최소한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다. 개혁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연금·교육·노동 등 3대 개혁도 국회 논의를 따르겠다는 식으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개혁의 주체여야 할 윤 정부가 국정 발목잡기 비판을 받는 국회에 공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국정 정상화·개혁은 본래 어렵고 복잡한 과제인데 자꾸 미루고 피하고 떠넘긴다. “개혁은 말뿐, 변죽만 울린다”며 실망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정권교체를 이루고 출범한 윤 정부다.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남은 임기 1700일이 면책되지 않는다. 귀중한 정권 초반의 골든 타임이 부질없이 흘러가고 있다. 올해가 이대로 지나가면 내년은 만만한 정부로 여겨져 더욱 가시밭길이 될 게 뻔하다.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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