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대야서 벼 키우며… 교과서 밖 자연의 신비에 ‘눈 번쩍’

  • 문화일보
  • 입력 2022-09-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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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성산초 박윤경 교사의 ‘일상 속 생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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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양산시 성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벼를 직접 추수하고 탈곡하고 있다(왼쪽). 경남 양산시 성산초등학교 박윤경 교사가 최근 학생들에게 생태 교육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오른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배·추수·도정까지 체험하며
식탁에 음식 오르는 과정 배워

다같이 산책하며 쓰레기 줍고
새 소리 들으며 열매 따먹어

“에어컨 온도를 1도만 낮추자”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 토론도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성산초등학교 3학년 교실.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탄소발자국’ 계산에 나섰다. 학생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 제품을 조사해,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양을 측정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몇 그루의 소나무가 필요한지‘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탄소발자국 계산기에 입력해 직접 알아본 것이다. 한 학생이 “우리 집은 매달 소나무 22.3그루가 필요할 정도로 전기를 많이 써!”라고 말하자, 또 다른 학생은 “에어컨 1도만 조절해도 탄소 배출이 엄청 줄어!”라고 대답했다. 자신들이 탄소 배출과는 상관없는 생활을 한다 생각했던 학생들은 일상생활 속에 탄소 배출이 어떻게, 얼마만큼 되는지 이해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자연스럽게 모색해보았다.

따로 환경 과목이 없는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박윤경 교사는 학생들에게 쉽고 재밌게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학기 초에 교과 과목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환경 관련 내용을 찾아 자연스럽게 환경 교육을 녹여내고, 교과에 없지만 반드시 교육할 필요가 있는 환경 교육은 따로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논이 없는 도시 학교지만, 벼 재배 화분에서 벼를 키우는 일을 시도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생태교육을 한다.

잘 익은 벼를 추수하고, 절굿공이로 벼 껍질을 벗기는 도정을 하고, 현미로 밥도 하고, 남은 볏짚으로는 새끼도 꼬고, 달걀 꾸러미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성산초의 화분 농사가 너무 잘 된 덕에 올해는 규모를 키워 고무대야에서 벼를 키우고 있다. 박 교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식재료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마트에서 제품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고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면서 “직접 키우고 수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태교육과 먹거리 교육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학교에 텃밭을 만들어서 희망하는 학급의 신청을 받아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등의 작물을 키우는 텃밭 활동도 하고 있다.

박 교사는 반 학생들과 일명 ‘둘레둘레(산책활동)’ 하면서 ‘쓰담쓰담(쓰레기담기)’ 하는 활동도 자주 한다. 산책하면서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나무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고, 열매를 따 먹기도 하며, 새 소리를 듣고, 동물을 보기도 한다. 박 교사는 “유년 시절에 경험한 자연과 생명의 신비감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근본이 되기 때문에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며 “학교의 생태를 십분 활용한다면 일상성을 살려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주 아이들과 학교 산책하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경남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실천교사단,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환경교육 교원직무연수 강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성장해나가는 실천 사례를 쌓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을 포함해,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주변 환경에 학생들의 ‘눈’과 ‘귀’가 번쩍 뜨였으면 좋겠다는 박 교사는 제자들이 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의사 결정력을 가진 윤리적인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나와 연결된 환경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나의 행동이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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