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너무 높아요”…120㎝ 눈높이서 잡아낸 ‘생활 속 차별’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1 09:05
  • 업데이트 2022-09-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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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눈높이 탐험대’ 소속 아동들이 지난 5월부터 두 달에 걸쳐 충북 청주 시내 곳곳을 누비며 아이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시설들을 찾아내는 활동을 마친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충북지역 ‘눈높이 탐험대’

5세부터 초교 6학년까지 15명
동물원 매표소·도서관 등 돌며
스스로 문제점 찾고 촬영·토의
‘낮은 사진전’통해 공개 큰울림


“도서관 내 ‘어린이열람실’이 있지만 정작 읽고 싶은 책들이 높은 곳에 있어 아이들 손에 닿지 않아요.” “화장실 내 가방 걸이가 너무 높게 있어요. 아이들도 가방을 걸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만들어주세요.” “공공시설에 있는 문이 너무 단단하고 무거워서 열기가 힘들어요. 누구나 이용하기 쉽게 회전형 또는 미닫이문으로 만들어 주세요.” 이 모든 것은 평균 신장 120㎝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시선에서 잡아낸 ‘생활 속 작은 불친절 혹은 차별들’이다.

충북 지역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눈높이 탐험대’ 소속 아동들은 이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 속에 담아내기도 했다. 이른바 아이들의 시선에서 포착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진들은 지난 6∼7월 ‘낮은 사진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와 청주시는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충북지역 학교 재학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눈높이 탐험대’를 꾸렸다. 눈높이 탐험대는 총 15명으로, 5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한 나이의 아동들로 구성됐다. 지난 5월 14일 처음 만난 아이들은 아동권리교육을 받은 후 조별 활동을 통해 사진을 촬영할 장소를 선택했다. 이어 5월 중순 두 번째 만남에서 조별로 동물원 매표소, 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무심천 공원, 도서관, 놀이터, 패스트푸드점, 카페, 마트, 서점, 버스정류장, 화장실 등을 직접 다니며 사진을 촬영했다. 눈높이 탐험대 아동들은 두 달여간 다양한 시설과 환경을 탐색하면서 어른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 요소들을 스스로 발견해냈다.

여러 시설을 둘러본 아이들은 모두에게나 열린 공공시설임에도 정작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곳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공원이나 관공서 등 공공시설에도 화장실 내 세면대와 변기, 가방걸이 등이 모두 성인용으로만 돼 있어 아이들은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얘기했다. 또 학교 및 학원 가는 골목에 CCTV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얘기했다. 세 번째 만남에서 눈높이 탐험대 아동들은 조별로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친절한 지역사회가 조성될 수 있을지 개선점을 토의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버스에 어린이용 낮은 손잡이를 만드는 등 톡톡 튀는 개선방법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눈높이 탐험대의 조사 활동은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권리의 주체로서 바로 서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조 차별금지 및 제12조 아동 의견 존중의 중요성과 의미를 공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성초 6학년에 재학 중인 왕승민 군은 “내가 사는 청주시에 아동 권리 관점에서 이렇게나 바꿔야 할 점이 많이 있어 놀랐다. 활동에 참여하며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주시는 2021년 12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올해 ‘아동권리 인식확산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 등의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눈높이 탐험대 소속 아이들이 곳곳을 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은 지난 6월 20일∼7월 17일 청주시 문화제조창 야외공간에 마련된 ‘낮은 사진전’을 통해 공개되며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줬다. 사진전 소식이 청주시청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게재되고, SNS를 통해 포토존 해시태그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세상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이들의 문제 제기를 통해 여러 물리적 공간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정책 등을 제정할 때도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청주시는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속 공간들을 올해 하반기 다시 방문해 개선된 점과 부족한 점을 추적 관찰한다는 계획이다.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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