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전 산골짜기 시골 큰잔치… 어린시절 보석처럼 빛나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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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초등 가을 운동회

청명하고 맑은 파란 가을 하늘에 흰 구름 드높은 하늘을 쳐다보면 자꾸만 추억으로 빠져든다. 어린 시절 드넓은 운동장에서 청군 백군 깃발을 꽂고 목청 높여 응원했던 가을 운동회가 마냥 그립다.

가을 운동회는 학교의 큰 행사이며 시골에서 펼쳐지는 큰 잔치 같다. 45년 전 큰 운동장은 하늘이 무너질 듯한 응원 소리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흰 티셔츠에 남색 반바지를 입고 서둘러 집합과 흩어짐으로 각각의 경기를 뛰었다.

가장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 건 달리기 선상에서의 출발 신호인 신호탄 소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가슴 졸이며 출발한 달리기에서 1, 2, 3등만 노트를 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받은 노트가 왜 이리 값져 보이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또 한편에선 차전놀이가 벌어졌다. 가장 높이 올려 기 싸움을 하는 우리 전통놀이는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이 맹렬했다. 농악 풍물놀이 또한 운동장을 흥겨운 가락으로 가득 채웠다. 학년별로 하는 부채춤으로 우리는 커다란 무궁화 꽃을 부채 하나만으로 멋들어지게 만들어 냈다.

무용하기 위해 습자지의 얇은 종이로 꽃을 만들어 손에 끼워 춤을 췄던 순간, 십 리나 되는 길을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구경하러 점심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오셨다. 동네별로 어머니 마라톤 대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어머니 중 젊고 빠른 어머니는 대표주자로 마라톤 계주를 뛰었다.

운동회날은 왜 이리 더운지 우린 모두 목말라 있고 그때 ‘아이스께끼’라고 외치며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메고 지나가는 아저씨께 달려가 큰 눈망울로 박스 안을 쳐다본다.

어머니께서 그날만큼은 멋들어지게 사주신다. 그때 먹은 쭈쭈바는 비길 데가 없는 꿀맛이었다. 먹으며 응원하고 뛰고 달리며 기록 세우고 장구 치며 춤추고 …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는 지금도 가슴에, 마음에 아롱지게 맺혀 가을만 되면 보석처럼 빛나는 추억으로 항상 그리움으로 자리한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대중가요의 가사가 스쳐 지난다. 가사처럼 초등 운동회의 그날이 다시 올 수 없을까. 이번에 100주년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한다. 그때의 어린 시절,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운동회가 펼쳐진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산골짜기 시골 초등학교에서 자라면서 자연과 더불어 커왔던 그날이 10월에 재현된다. 모두 세상 속에서 바삐 살다가 초등생 시절 느꼈던 마음으로 돌아가 한마음이 될 것이다.

피란 가을 하늘을 보면 어렸을 적 운동회가 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 추억이 지금도 마음을 살찌우고 있다.

이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