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땐 ‘9·19 군사합의’ 파기 관련 … 윤 대통령 “차근차근 준비… 미리 말하긴 어렵다”

외교안보 라인 최근 대통령에 보고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 도발 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북한이 거듭된 미사일 도발로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가운데, 7차 핵실험과 같은 중대 도발 시 우리 측에서도 합의 효력을 유지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부와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파기하는 방안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대 도발이 이어지고 있어 남북군사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전했다.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파기할 경우 한국군의 비행 구역과 실사격 훈련 구역이 확대돼 대북 억지 능력이 강화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 출근길 약식회담에서 합의 파기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안보 협력 3개국이 외교부·안보실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대응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19일 체결된 남북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 근원이 되는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2020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이어 최근 7차 핵실험 징후까지 이어지면서 남북군사합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군사합의는 상호 이행하는 것이 맞는다”며 일각의 합의 파기 주장에 선을 그어왔으나, 북한의 7차 핵실험이라는 새로운 안보 국면에선 기존 합의를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북한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도발 강도를 봐가며 합의 효용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