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돈맥경화 → 건설사 도산설… ‘112조 PF’ 부실땐 금융권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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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09 09:02
업데이트 2022-11-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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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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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경제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 What - ‘경제 뇌관’ 부동산PF 대출

미래 사업수익 담보로 대출 승인
대출금액 크고 이자율도 높은 편

실제 공사중단된 PF사업장 24곳
저축은행 연체율 20%까지 올라
증권사 연체율은 3년만에 3배로

“이자 연체 땐 재무건전성 악화
기타 파생 상품 부실까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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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 현장에 돈줄 역할을 하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경제계의 뇌관이 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사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들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동반 부실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 여파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도 속속 늘고 있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부동산 PF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해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PF대출 부실은 대출 취급 금융기관들의 직접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등 파생금융상품들의 동반 부실을 초래해 자본시장 전반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10∼20%대로 올라섰다.

◇PF는 왜 위험할까 = 문제가 되고 있는 PF는 사업을 할 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하나다. 시행사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는 형태다. 시행사가 대출을 받을 때는 건설사에 연대보증 성격의 신용보강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이자는 높은 편이다. 따라서 신용이나 담보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일반 대출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업 가치(사업성)가 대출 근거인 만큼 해당 업체가 ‘앞으로 건설할 부동산의 가치’를 저마다의 기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업체별로 PF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변동성 때문에 비은행권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PF대출을 늘려왔다. 일반 대출보다 이자도 높게 받을 수 있고, 대출금도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대로 크다. 이자는 연 10%를 웃돌기도 하고 부동산 분양을 마친 뒤 대출 조건에 따라 30% 넘는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PF에 자금을 한번 잘 넣으면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은행·보험·여신전문·저축은행·증권 등)의 PF 잔액은 112조2000억 원이다. 이 중 여전사나 저축은행, 증권 등 비은행권의 PF가 83조9000억 원으로 전체 75% 정도를 차지한다.

문제는 높은 이익을 얻는 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다. 만약 시공사의 경영이 악화해 공사 진행 중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완공 뒤에도 심각한 미분양 사태에 빠질 경우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높은 이자는커녕 원금 회수조차 어려울 수 있다.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악순환’ 고리에 빠져 = 최근 치솟는 금리는 이 같은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이에 따라 부실 PF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행업체의 부실이 PF대출 부실을 야기하면 이는 결국 금융업체의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금융권이 무너지면 자금줄이 막혀 시행사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심화하게 된다.

위기는 올해 상반기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다. 지난해 말(3.7%)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저축은행 PF 사업장 1174곳을 점검한 결과도 발표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실제 공사가 중단된 PF 사업장은 24곳이었다. 공정률과 분양률 등이 저조한 ‘요주의 사업장’의 대출액도 2조2000억 원이나 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업계와 간담회에서 “PF 사업장의 공사 중단·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실사 등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공정률·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뢰 리스크’로 번져 =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줄도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몇몇 사업장에서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신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금융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다거나, 맡긴 돈이 사라지는 등의 문제는 금융권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심리가 발동할 경우 채무자들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 하고, 우량한 기업은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으면서 자칫 흑자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레고랜드 사태’는 이런 신뢰 문제가 극대화된 사례다. 2020년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 원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김진태 강원지사가 이를 갚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강원도가 해당 채권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섰는데 돈을 갚는 대신 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나서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국가가 담보로 한 빚을 갚지 않겠다고 나섰으니 시장은 ‘국채도 휴지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채권 시장 엑소더스(탈출)는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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