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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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25 11:37
업데이트 2022-11-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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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언제 어디서나 밥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늘 밥이었고 한반도 방방곡곡을 뒤져 봐도 모두 밥이다. 그렇다고 다른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밥을 제사상에 올릴 때는 따로 ‘메’라고 하고, 심마니들은 자기들끼리 ‘무루미’라 부른다. 특별한 용법, 혹은 특정 집단에서만 쓰는 말이니 밥을 대체할 만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젖을 갓 뗀 아이들에게는 밥을 대체할 말이 있으니 ‘맘마’가 그것이다.

맘마는 밥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본래 밥도 이러한 확장된 의미가 있으니 어린아이 시절에는 맘마가 밥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말은 구어에서나 쓰이는 말이다 보니 옛 문헌에서는 쓰임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의 신문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니 그 이전에도 있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맘마의 어원은 알 수 없지만 발음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 입술과 콧소리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이니 아이들의 발음을 흉내 낸 말일 가능성이 있다.

맘마와 비슷한 엄마도 기원이 같을 가능성이 있다. 어머니를 뜻하는 여러 나라의 말을 보면 마마, 맘마, 머미 등 ‘ㅁ’ 소리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 간접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엄마에게 맘마를 받아먹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맘마와 엄마를 연결 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맘마와 엄마의 관계가 자연스러울지라도 이것을 고착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엄마만 아기에게 맘마를 주어야 하는가? 아빠도 똑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주로 엄마에게만 맘마를 받아먹은 이들은 둘 간의 연결 관계를 끊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그 관계를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언어학적으로는 맘마와 엄마의 관계를 끊을 수 없을지라도 맘마를 생각하면서 아빠를 함께 떠올릴 수 있다면 그 맘마는 훨씬 더 풍성한 맘마일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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