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제보 등 정치편향 논란 사건, 법 ·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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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30 09:08
업데이트 2022-11-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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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권익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관련해 “정해진 매뉴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현안인터뷰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정치논란 피해갈 조직 없지만
매뉴얼대로 일하면 문제 없어

전현희 위원장과 갈등 없고
각자의 맡은 바 소임에 충실

법률가로 상당수 채운 尹정부
더디지만 점점 더 성과 낼 것

국민권익 위해 밤낮 없이 뛰어
소상공인 고충 전담 조직 신설



지난 10월 24일 취임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권익위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때로는 타 기관으로부터 ‘고자질 부서’라는 비아냥도 듣는다”며 “국민 권익 신장을 위해 전 공무원이 밤낮없이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권익위가 잇단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려 주목받은 것과 관련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문화일보에서 열렸으며 이후 전화통화를 통해 내용이 추가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판사 출신으로 권익위 부위원장에 취임한 지 한 달가량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새 직장에 들어와 업무를 빨리 익히느라 바쁘기는 하다. 그동안 권익위는 권고를 할 뿐 힘을 가진 조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겪어보니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힘도 있는 조직이다. 권익위는 국민 민원의 최전선에 있다. 의미가 있는 조직의 구성원이 됐다는 데에 뒤늦은 자랑스러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지난 한 달 사이 어떤 일들을 했나.

“지역의 민원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세 곳을 방문했는데 특히 지난 10일에 다녀온 전북 임실의 집단민원 현장이 기억에 남는다. 섬진강 댐 수몰로 인한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쌍암마을 주민 311명의 민원이다. 1965년 섬진강 댐 건설로 기존에 경작하던 농경지가 수몰됐고, 남아 있는 앞뜰의 하천구역 농경지마저 섬진강 댐 재개발사업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생계가 막막하다는 사연이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전체를 위해서 개인이 큰 희생을 한 사례다. 당시 희생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현장 방문 이후 각 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최종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해법을 도출해 내기로 뜻을 모았다.”

―권익위가 일반 국민에게 익숙한 기관은 아니다. 몇 년 전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일명 김영란법)로 주목받은 적이 있고 최근에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과 현 정부 간 갈등 관계 때문에 알려졌는데 바깥의 시선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제일 재밌는 구경이 남 싸우는 것과 불구경이라고 하지 않나.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나는 전현희 위원장과 갈등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물론 각자의 가치관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서로 존중을 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내 가치관을 전 위원장에게 강요하거나, 반대로 전 위원장이 내게 어떤 것을 강요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현 정부와 전 정부 인사가 뒤섞여 있으니 왠지 ‘갈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으로 권익위를 바라보고, 싸움이 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각자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면 될 일이라고 본다.”

―최근 권익위는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의 제보자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는데.

“정치적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정부 조직은 거의 없다고 본다. 전국 각지 법원을 보더라도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들을 하나씩은 담당하고 있다. 다른 부처와 비교하면 권익위가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해진 매뉴얼,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처리하면 된다.”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저에 대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소신까지 저버려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아무리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강조한다 해도 집에 가서 보는 신문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업무를 처리하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느냐다. 일할 때에는 개인적인 신념을 덜어내고 있다. 오랜 시간 법원에서 일했는데 법원의 구성원들은 어쩌면 그 어떤 조직보다 공정성을 요구받는다. 판사도 개인적인 신념을 갖지만 재판에서는 그 신념을 모두 덜어낸다. 자신의 소신을 직무에 투영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지, 공정하게 일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집단지성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생존권, 사회권 등을 강조한다. 헌법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국민 기본권을 구현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희생당할 때가 꽤 많다. 공동체의 이익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익만을 강조하고 그것이 극단화하면 전체주의, 집단주의로 가기 쉽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집단지성이 일반화됐고 누구든지 집단지성을 이야기하면서 면죄부를 부여하려 하는 경향이 보인다. 그것은 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느 집단이든 조직이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전체를 단단히 만든다. 전체가 강조될 때 잘 살펴보면 그 안에 카리스마를 가진 힘 센 이가 있다. 그 인물에 전체가 그냥 끌려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한 명, 한 명의 말이 제대로 안 들린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그 조직이 힘을 잃고 만다.”

―그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제 입장에서는 정부 조직의 일원으로서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는 솔직한 생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도 법률가이고 저를 비롯한 상당수의 정부 조직원이 법률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법이라는 것이 정치보다 더디다. 정치는 국민에 바로 메시지를 던지지 않나. 그래서 속 시원한 구석이 있다. 법은 그렇지 않다. 조사도 하고, 따지고 또 분석하기 때문에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법으로 확실한 해결이 되는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 하는 일들은 장기적으로 큰 성과를 낼 거라고 본다.”

―윤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직접 본 것은 딱 한 번이다. 부위원장 임명장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받았다. 과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차례 인사를 나눴는데 그때도 워낙 많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사담 한 마디 나누지 않았다. 그래서 윤 정부의 구성원이 된 것이 스스로 의아하게 생각된다. 윤 대통령이 적어도 친분 또는 친소관계만을 기준으로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는 게 저로서 증명된 게 아닌가 싶다.”

―정부 기관들은 권익위의 민원 제기에 협조적인가.

“권익위 직원들은 정부 관료라기보다 국민의 대리인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어려움을 정부 기관에 최대한 잘 설명하려고 한다. 우리가 정부를 설득해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부처가 하는 일에 대해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도 많이 이해해 주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려 하는 점은 다행스럽다. 우리가 권고하거나 의견을 개진한 것 중 95% 가까이 수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우리 기관의 위상에 대해 놀라움과 자부심을 느낀다. 간혹 권익위의 민원 제기에 비협조적인 경우에는 대통령실이나 국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권익위를 ‘고자질 부서’라고 표현하는 기관도 있다고 들었다.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그 권리를 충실히 향유하도록 하기 위한 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생 관련 민원이 많이 늘었을 것 같다.

“당장 직면한 문제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충인 것 같다. 이분들의 문제 때문에 권익위 안에 ‘기업고충민원과’라는 잠정적인 조직을 만들었다.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무엇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힘든 상황이라 그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권익위가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마침 이 분야가 제가 담당하는 일들과 맞닿아 있어서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개인적 소망을 해당 과장, 국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잘되고 경제에 활력이 돌아야 한다. 많이 망가져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경청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쓰려고 한다.”

―국민의 권리 의식이 향상되면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다. 권익위가 할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이 제 권리를 찾기 위해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활동을 통해 권리를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권장돼야 할 부분이다. 다만 공무원 숫자는 한정적이다 보니 업무 강도가 강해지는 문제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국민 권익의 신장은 공무원으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개중에는 악성 민원인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이 수백, 수천 건씩 계속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고, 민원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의 숙제도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장 우선 신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취임하자마자 사무실에 ‘전국지도’ 걸어… “답은 현장에 있어”

- 김 부위원장 ‘현장 우선’ 신조


“현장에 가서 보면 바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직접 다녀온 곳은 사무실 벽에 걸어놓은 지도에 표시해 놓는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 우선’의 신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판사 생활을 오래 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기록만 보고 있으면 입체감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잘 안 되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상황 파악뿐 아니라 대안까지도 바로 떠오르고는 한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 직후 사무실 벽에 전국 지도를 걸어둔 것도 그래서다. 김 부위원장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226개인데 임기 3년간 매주 간다고 해도 갈 수 있는 현장은 150곳 남짓”이라고 아쉬워했다.

김 부위원장의 이 같은 관점은 실질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면도 있다. 그는 “현장에서가 아니라면 생각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있으면 관계 기관을 설득하는 것도 비교적 쉬워진다”며 “잘 안 풀리는 문제가 있다면 현장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권익위 국·과장 등 실무진에게 말해뒀다”고 했다. 실제로 김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경기 과천시 갈현초등학교 학생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보행육교를 설치해달라는 집단민원 현장을 찾았고, 그다음 주에는 강원 양양군 케이블카 설치사업 민원과 관련한 의견 청취 차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부위원장은 인터뷰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 정도를 묻자 김 부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번, 목례와 악수를 나눈 것이 전부”라며 “이 정부의 구성원이 된 것이 스스로 의아했을 정도”라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대구지법·울산지법·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내다 지난해 2월 퇴임한 뒤 최근까지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하며 법원 내부에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사직한 후 지난해 출간한 저서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에서도 김 대법원장이 2020년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국회 탄핵’을 이유로 반려하고 나중에 거짓으로 해명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대법원장의 거짓”이라며 “대법원장의 퇴진만이 법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후배 법관들의 자존심을 되돌려주는 마지막 희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유진·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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