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FTA 면역력, 농촌 경쟁력 되다 - (3) 식량 자급률 제고 · 수입 농산물 대응 ‘두토끼 잡기’
최근 우크라전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곡물시장 변동성 확대
식량 수급, 전세계적 현안으로
韓, 곡물 절반이상 수입 의존
밀 · 콩 자급률 1% · 30% 불과
정부, 가루쌀 가공산업 육성해
쌀 과잉·밀 부족 문제 등 해결
식품기업 등과 제품 개발 협력
밀 등 우량종자 보급 속도내고
720억 들여 전략작물에 직불금
식량 자급률 제고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자칫 취약해질 수 있는 식량 주권을 확보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가격이 치솟고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안정적 식량 수급은 생존과 직결되는 전 세계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2020년 기준)로 여전히 절반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의 반 이상을 해외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밀이나 콩 등 주요 작물의 자급률이 각각 1.2%, 30.4%에 불과한 가운데, 식생활 변화에 따른 소비 감소에도 여전히 높은 쌀 자급률(92.8%)은 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착시를 낳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루쌀의 밀 대체, 우리가 직접 재배하는 토종 밀과 콩 육성, 밥쌀 생산 농가의 품목 전환 지원 등을 통해 FTA로 밀려드는 수입 농산물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식량난에 대비한 국내 농업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가루쌀로 식량 안보 강화 = 우리 밥상의 주식인 쌀이 심각한 수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루쌀은 밀가루를 10% 대체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8일 발표한 ‘분질미(가루쌀)’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은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해 밀 수입 의존도도 낮추고 쌀에 편중된 식량 생산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종류다. 일반 쌀이 전분 구조가 밀착돼 단단한 것과 달리,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된 가루쌀은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제분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분 손상은 적어 밀가루 대체에 유리하다.
정부는 △안정적 분질미 원료 공급체계 마련 △산업화 지원 △쌀 가공식품 소비 기반 확대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가루쌀로 연간 200만t에 달하는 밀가루 수요를 대체해 수입을 줄이고 쌀 공급과잉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일반 벼 재배면적 4만2000㏊를 분질미 재배지로 바꿀 계획이다. 또 매년 농가들과 분질미 매입 계약을 맺고 해당 물량을 공공비축미로 보관한다. 이후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쌀가루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식품기업 등 수요처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올해는 분질미와 쌀가루 1t을 CJ제일제당, 농심미분 등에 제공하며 내년에는 물량을 약 1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케이크, 과자류,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분질미 쌀가루만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는 분질미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의 시장 규모를 현재의 7조3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육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전체 식량 자급률은 52.5%, 밀 자급률은 0.8%에서 7.9%로 각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밀·우리 콩 전방위 지원 = 밀의 경우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제2의 주식이지만 지난해 자급률이 1.2%에 그치는 등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산에 비해 가격·품질 경쟁력이 떨어지고 생산-유통-가공 전반에 걸쳐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자급률 회복에 한계가 컸다.
이에 정부는 전체 양곡 소비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소비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향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밀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 말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기본 계획’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달성을 위해 5대 분야 14개 과제를 포함하는 로드맵이 마련됐다.
국산 밀 소비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략적인 계획을 중점 추진한다. 우선, 생산-가공-유통-소비 등 분야별 기초 인프라를 확충하는 중으로 생산의 경우 생산단지 조성·확대를 통한 체계적 관리로 밀 생산량 및 자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2020년 27개소 2800㏊였던 생산단지를 올해 말까지 51개소 7600㏊까지 넓히고 2023년에는 73개소 1만㏊까지 확대한다.
고순도 종자 보급에도 속도를 낸다. 보급종 종자는 반값에 공급해 2021년 1334t이던 공급량을 2025년 2500t까지 2배가량으로 늘린다. 밀전용비축시설을 설치하고 정부 비축분도 2021년 8000t 수준에서 2025년 3만t으로 확대한다. 국산 밀의 가공적성을 고려한 ‘국산밀품질관리기준’도 마련한다.
콩은 논타작 작물 재배 지원 정책에 힘입어 식량 자급률이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다.
밀과 마찬가지로 콩도 논콩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유통-비축-소비 등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논콩 생산단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용·배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또 균일한 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무이자 융자 등을 통해 계약재배를 유도하고 있다. 공공급식 대량 수요처 확보, 가공업체의 국산 콩 사용 실적에 따른 국산 콩 직배물량 할인 공급 등을 통해 국산 소비 확대도 돕고 있다.
◇전략작물직불제로 가루쌀·밀·콩에 직불금 = 정부는 이에 더해 예산(정부안 기준) 720억 원을 투입해 내년 1월부터 ‘전략작물직불제’도 시행한다. 벼 대신 타작물 재배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한 조치다.
논에 동계 작물로 밀·조사료, 하계 작물로 콩·가루쌀을 이모작하면 1㏊당 직불금 250만 원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동계에 콩과 가루쌀 단작 땐 1㏊당 100만 원, 동계에 밀을 심고 하계에 일반 쌀을 재배하면 50만 원을 준다.
／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곡물파동 대비 위해서도 자급률 제고 급선무… 생산농가 · 소비기업 함께 지원”
■ 김보람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
“농가 · 기업간 계약재배 활성화
가루쌀 5년내 20만t으로 늘려
수입 밀 10% 대체할 계획도”
김보람(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30일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대응해 우리 농산물의 자급률과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곡물 파동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자급률 제고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여전히 50%를 밑돌고 있어 위기에 대응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비 정도로 보면 쌀이 가장 많고 밀, 콩이 뒤를 잇고 있다”며 “그런데 자급률은 밀이 1%대에 불과하고 콩도 3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가장 중요한 일은 농가가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문 생산단지 육성을 돕고 이에 맞춰 장비나 농지 정리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만 늘면 과잉이 될 뿐이기 때문에 소비도 함께 늘어야 한다”며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생산 농가와 기업 간 계약 재배를 지원하고, 국산 밀이나 콩 등을 소비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특히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쌀의 과잉 구조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작물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과장은 “예를 들어, 쌀 농사를 하는 농가가 콩 농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논콩 전환을 돕고 있다”며 “벼만큼 소득이 나오도록 논에서 재배하는 품종도 기계화가 가능한 품종을 집중적으로 보급하면서, 밭작물인 콩의 배수가 논에서도 수월히 이뤄지도록 배수 개선 사업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집중 육성을 추진 중인 가루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과장은 “가루쌀은 기존 쌀과 달리 밀가루처럼 가루로 잘 만들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2027년까지 20만t으로 늘려 수입 밀을 10% 대체할 계획으로 수입 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최근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 도입할 ‘전략작물직불제’는 밀, 콩, 가루쌀 생산 농가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보전해 주는 사업으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2∼3월 농가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FTA는 협정 체결 국가 간 관세 및 무역장벽이 자유화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산에 견줘) 우리 콩, 우리 밀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