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말씀 한마디가 ‘약’ … 아토피도 우울함도 싹 낫게 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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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제주교육감賞 신이정 학생

약 같은 우리 할머니의 말 한마디, 나의 마음의 병을 낫게 해주신 할머니께.

상쾌하고 맑은 공기, 큼큼한 거름 냄새, 아침마다 들려오는 닭의 울음소리, 그리고 할머니의 “이정아, 얼른 일어나. 유치원 가야지. 세수해!”라는 잔소리. 저는 담양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요. 남들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아토피가 심했던 저를 할머니께서 무려 4년간 시골에서 키우셨잖아요.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이 항상 쳐다보고, 주변에서는 괴물이라고 하고, 병원에서는 심지어 간호사 선생님들마저 저를 피하려고 했었죠. 그럴 때 할머니는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제를 구하러 다니시고 그런 와중에도 오히려 저에게는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어요.

아토피는 완벽하게 낫기 어렵다는데 ‘괴물’이라고 불렸던 제가 할머니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가 되었어요. 제 피부가 점점 나아지고 아토피는 사그라들고 있을 때 할머니의 피부에는 주름이 하나씩 늘어나게 되었죠. 그 주름 하나하나에 할머니의 노고와 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4살 즈음에 동생이 태어나고 분당으로 할머니와 올라갔었죠. 엄마 아빠와 살 수 있어서 좋았지만 또 할머니와도 계속 살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했어요.

누군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라고 답하고 싶어요. 무용 전공할 때 예중 입시 준비로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고 하루 종일 훈련에만 매진했어야 했죠. 그 당시 저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크게 찾아온 슬럼프와 우울함 때문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게 정말 많이 버거웠어요.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죠. “힘든 시기는 그저 네 인생의 쉼표 정도일 뿐이야. 너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저에게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또 2017년의 저는 생일을 혼자 보내야 했어요. 하필 생일에 무용 레슨을 하면서 선생님께 정말 많이 혼났어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고 버티면서 겨우 레슨을 끝냈죠. 다음 레슨을 준비하면서 휴대전화를 잠깐 봤는데 문자가 하나 와있더라고요. 할머니였죠. “우리 이정이, 많이 힘들지? 생일 축하한다~~ 시험 얼마 안 남았네. 우리 손녀 할머니가 항상 응원한다!” 울음이 안 나올 수 없었어요. 하루 동안 받은 서러움 때문에 그냥 할머니한테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어요.

할머니는 마치 제 친구이면서 열쇠 같은 분이셨죠. 힘든 일이 있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면 친구처럼 따뜻하게 공감해주시고 다 이해해주셨죠. 가끔은 열쇠처럼 해답을 찾아주셨고 그것은 지금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길과 따뜻한 품속이 저의 물리적인 병을 낫게 해주었고 마음의 병도 치료해 주었어요. 이제는 제가 할머니의 약 같은 존재가 될게요. 제가 성공해서 보답해드리는 날까지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사랑합니다.

장손녀 신이정 올림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