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문케어 ‘혈세 낭비 포퓰리즘’ 규정… 건보 정상화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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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회의서 작심 비판

“건보 근간 해치고 국민 희생”
과잉의료 방지 등 대수술 예고

지난 5년 지출 연 17.3% 급증
6년 뒤인 2028년 적립금 고갈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확대 정책을 겨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들였지만 의료 남용을 초래하고 병원 배만 불리면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또 정작 필수 의료를 위한 보장이 약화된 것은 물론 고령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6년 후에는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윤 대통령이 역대 정부가 사실상 거의 모두 실패했던 건강보험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임 정부 건보료 정책을 향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 방치”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데도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을 남발하거나 연 365회 이상 외래 의료를 이용하는 과다 이용자들로 인해 건보료가 줄줄 새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해 뇌·뇌혈관 MRI 재정지출은 2529억 원으로, 집행률은 목표액(2053억 원)을 훨씬 넘은 123.2%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 이상인 사람은 2550명, 이들에게 급여비로 투입한 액수는 251억4500만 원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들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경미한 증상만으로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려 의료 체계가 왜곡된 것이다. 외국인들의 의료 쇼핑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기했던 이른바 ‘숟가락론’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케어 등으로 지난 5년간 건보 재정 지출은 크게 늘었다. 2016~2021년 건보재정 지출은 연평균 17.3% 늘었는데, 전체 건보지출 증가율(8%)의 두 배가 넘는다. 올 상반기 건보 진료비는 사상 처음 50조 원을 돌파한 50조845억 원을 기록했다. 건보 수지도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적립금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누수 방지’와 ‘필수 의료 강화’를 약속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꼭지를 꼭 잠가 새는 돈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뇌·뇌혈관 MRI 건보 기준은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조만간 의료계 인사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지원규모 축소 방안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 365회 이상 외래 의료를 이용하는 과다 이용자는 본인 부담률을 올려 의료 남용을 막기로 했다. 외국인 피부양자의 ‘건보 먹튀’ 문제는 체류 기존 문턱을 높여 단속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출 개혁으로 절감된 재원은 필수 의료와 같이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건보료 개편을 비롯한 구조개혁이 일부 반발을 불러오더라도 국민을 꾸준히 설득해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건보 재정을 핑계로 국민 건강권을 포기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를 향해 “국민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개혁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