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요리 - 전자레인지 사용법[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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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4 08:37
업데이트 2023-01-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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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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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엌에서 전자레인지로 피자를 데우는 모습. 현대 조리 기구의 대표로 자리잡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을 제대로 사용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게티이미



■ 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11)

자취생이나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방이라도 꼭 갖춰져 있는 가전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자레인지이죠.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즉석식품도 전자레인지 없이는 맛볼 수가 없습니다. 꽁꽁 언 냉동식품을 해동하거나 식은 밥과 국을 데우는 데 많이 쓰지요. 그뿐인가요? 팝콘 튀기기는 기본이고, 계란찜이나 생선·고구마 굽기 등 인터넷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온갖 요리 강의들이 넘쳐납니다. 더운 여름에 가스나 모닥불의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지 않고도 음식을 뜨겁게 조리할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하지요.

그런데, 이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그 원리와 100% 활용법까지 알아두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전자레인지를 영어로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라고 부릅니다. 마이크로파(microwave)는 진동수가 1~300GHz, 파장이 1mm에서 1.4m까지인 전자기파를 말합니다. 비교적 파장이 짧아 직진성이 강하고 반사·굴절·간섭 등 빛과 비슷한 성질을 갖지요. AM, FM 라디오에 쓰이는 라디오파보다는 파장이 짧고 적외선보다는 파장이 깁니다. 전자레인지뿐 아니라 레이다, 통신, 텔레비전 등에 폭넓게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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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는 915MHz와 2,450MHz의 진동수를 갖는 게 보통입니다. 마그네트론이란 특수 진공관에서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킵니다. 1945년 레이다를 연구하던 한 연구원이 마그네트론 실험 중 우연히 호주머니 속 초콜릿이 녹은 현상을 경험하고, 번득 마이크로파를 요리에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내서 실용화시킨 발명품입니다. 반사판과 회전판,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요리가 완성되면 ‘띵’하는 알림 효과음까지 내는 현대식 전자레인지는 일본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물 분자를 진동시켜 그 마찰열로 조리를 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파는 대부분 물체를 통과하지만 물에는 흡수됩니다. 물 분자(H2O)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소는 플러스 전기, 산소는 마이너스 전기를 갖고 있고 이를 전기쌍극자(雙極子)라 합니다. 마이크로파를 쬐면 원자 주위의 전자를 고속회전시키면서 진동수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의 극성이 바뀝니다. 쉽게 말해 발전기 속 빙글빙글 도는 자석처럼 물 분자가 회전하기 시작하고 주변의 분자들과 부딪히면서 열을 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는 음식 재료 속 수분을 뜨겁게 데워 요리를 하는 기계입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음식 자체를 데우는 게 아니라 음식 속 물의 온도를 급상승시키는 방식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물이 없는 재료는 조리할 수 없다는 거죠. 물론 아무리 마른 음식에도 소량의 수분은 포함돼 있지만 빵, 비스킷 등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훨씬 더 바싹 말라 퍼석거리는 식감에 얼굴을 찌푸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살림 100단 주부들이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기 전 표면에 물을 살짝 뿌리거나 랩으로 밀폐해 내부 수증기의 대류를 이용하는 요령도 모두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최소한 물컵 하나를 같이 넣고 돌려도 수분 부족의 ‘사막 요리’는 피할 수 있는 거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긴 파장의 방송 전파에서 전자레인지용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엑스선, 감마선까지 오른 쪽 짧은 파장 순으로 나열한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도표. 게티이미지



지금부터 전자레인지 제대로 쓰기 요령을 차례로 배워봅니다. 첫째, 전자레인지에는 사기와 유리 그릇이 가장 어울립니다. 금속이나 알루미늄 은박지는 절대 넣으면 안됩니다. 불꽃이 튀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기와 유리에도 금속 성분의 테두리 무늬를 넣은 용기는 피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그릇은 전자레인지용으로 확인된 것만 쓰는 게 좋습니다.
둘째, 금기 재료들이 있습니다. 달걀은 껍질을 깨고 찜이나 프라이 요리를 해먹으면 괜찮지만 날달걀 채로 레인지에 넣으면 폭발합니다. 내부의 수분이 팽창하면서 껍질 속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노른자도 터질 수 있으니 작은 구멍을 내면 좋습니다. 그릇을 랩으로 씌운 후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콕콕 찌르는 이유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밤, 대추, 호두 같은 단단한 껍질 열매를 그냥 넣으면 안됩니다. 쌍화탕도 컵에 따라 데우고 유리병 채로 넣지 않습니다. 낙지·문어·오징어·새우·조개도 터집니다. 소시지, 생선도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표면보다 내부가 더 뜨거워집니다. 남은 피자를 데우면 겉은 차가운데 속의 치즈가 뜨거워 깜짝 놀란 적이 있을 겁니다. 마이크로파는 식품의 내부 5㎝ 깊이까지 침투합니다. 표면은 한 방향의 마이크로파를 받지만 속은 빙글빙글 도는 판 위에서 여러 방향의 마이크로파에 노출돼 더 빨리 뜨거워집니다. 전자레인지 내부의 온도는 데워진 수증기가 뜨겁게 꽉 채우고 있지 않는 한, 바깥 공기와 비슷한 상온입니다. 그러니까 표면이 금방 식지요.

넷째, 맹물을 데우는 건 피하세요. 물컵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100도 넘게 온도가 올라가도 거품 없이 조용한 상태로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뭔가를 담그거나 흔들면 갑자기 폭발하듯 넘쳐 끓는 일이 생깁니다. 이를 과열현상이라고 합니다. 위험하니 물은 그냥 주전자로 가스 불에 끓이세요.

다섯째, 지름 15㎝ 정도의 크기로 잘라 적은 양을 데우는 게 효율적입니다. 너무 큰 식품이나 단단하게 뭉친 재료는 마이크로파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려 겉만 뜨거워지기 일쑤입니다.

전자레인지가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초기에 일부 음모론자들이 마이크로파로 조리한 음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의구심을 퍼뜨린 적이 있습니다. 음식의 성분을 바꾸어버려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유사 과학이었죠.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분자의 물리적 진동, 즉 마찰열을 이용한 조리 도구일 뿐 화학적 변화를 초래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겉부터 달구어 속까지 데우는 가스레인지, 오븐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요리를 마칠 수 있어 영양소의 파괴가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이해한 다음, 그 장점까지 잘 살려서 멋진 부엌의 과학자가 되세요!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뉴트리노 블로그 https://blog.naver.com/neutrino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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