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추천·문호개방 주장… 18세기 조선에 등장한 ‘중상주의 경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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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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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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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왼쪽)와 그의 대표작 ‘북학의’.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
지역물산·교통 소개 경제서
오늘날의 ‘직주근접론’ 강조

박제가의 중국 기행문 ‘북학의’
“문호 개방해 부국강병” 제시
시대 앞서간 선구적 경영서


안대회 교수의 설명대로 중상주의적 경영론은 조선 사회의 지배적 이념으로 부상하지는 못했으나 ‘해동화식전’ 이후 재물과 물산(物産)에 관한 글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18세기 경영서 계보가 형성됐다.

실학자 이중환이 1751년 편찬한 ‘택리지(擇里志)’는 제목처럼 어느 마을에 살면 좋을지 알려주는 부동산 서적이자 지역 물산과 교통을 소개한 경제서다. 중앙정치에서 배척당한 이중환은 자신처럼 몰락한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골라 묶었다. 국토를 지리(地理)·생리(生利)·인심(人心)·산수(山水) 등 네 가지 기준으로 분석하되 이 가운데 생업을 꾸리는 ‘생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한양과 가까운 충청 일대와 강원 원주 등을 명촌(名村)으로 꼽으며 오늘날 얘기하는 ‘직주근접론’을 앞서 강조한 사람이 이중환이었다. 흔히 ‘택리지’를 풍수지리서로 오해하지만, 이 고전에서 산수에 관한 언급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게 ‘정본 택리지’를 완역한 안 교수의 지적이다.

성호 이익의 ‘재물의 생성’은 청빈(淸貧)을 미덕으로 여기는 선비들의 게으름을 질타한 산문으로 안 교수가 번역·출간한 ‘해동화식전’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 이익은 이 글에서 “한 집안에 높은 벼슬을 한 자가 나타나면 나머지 일가붙이마저 더는 삽과 호미를 잡지 않는다”면서 “노비를 부려 먹으며 놀고먹는 자가 (나라)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재물이 개인 창고에도, 나라에도 저장되지 않아 조선은 천하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며 사대부와 조정을 향해 상업에 역점을 두고 백성의 생계를 일으켜 세우라고 촉구했다.

‘북학의(北學議)’는 네 차례 연행을 통해 청나라 풍속과 문물을 둘러보고 온 실학자 박제가의 기행문이다. 박제가는 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해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주장을 담은 책에서 ‘이용후생(利用厚生)’을 논리 전개의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이용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는 것을, 후생은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 풍요를 국가와 개인이 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해동화식전’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해동화식전’이 그랬듯 ‘북학의’ 역시 시대를 너무 앞서간 저술이었던 탓에 조선의 주류 사회에선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이웅징의 ‘동방식화지’, 허목의 ‘땅의 역사’ 등도 18세기에 나온 선구적 물산기로 평가받는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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