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춤, 나도 하겠다’ ‘명품 걸치면 친구 늘 거야’… 다 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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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09:11
업데이트 2023-01-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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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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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우경 예일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씽킹 101’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고의 편향과 오류를 설명한다. 흐름출판 제공



■ ‘씽킹 101’ 펴낸 안우경 예일대 석좌교수

유창성 착각·조망수용의 한계 등
일상속에서 ‘사고의 오류’ 빈번
스스로를 ‘불공정’하게 만들어

남에게 묻고,꼼꼼히 기록하는 등
다짐아닌 습관으로 ‘편향’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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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일상 속 ‘사고의 오류’를 모았습니다. 인지심리학을 통해 오류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로잡을 해법까지 제시했습니다.”

안우경 예일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의 ‘씽킹 101: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흐름출판)은 지난해 예일대 사회과학대 최고강의상을 받은 수업을 정리한 책이다. 부정성 편향과 확증 편향부터 대중에게 생소한 유창성 효과, 조망 수용의 한계까지 다양한 인지적 편향을 일상적 예시와 함께 풀어낸다. 2003년 예일대에 부임한 안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아이비리그 심리학과의 정교수가 돼 화제를 모은 인물.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안 교수를 지난 20일 줌(ZOOM)으로 만났다.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서 잘라낸 6초짜리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일부러 안무가 어렵지 않은 부분을 골라 10번 넘게 함께 반복 시청을 했죠. 영상 속 춤을 따라 추면 상을 주겠다고 말하니 10명의 학생이 강단으로 걸어 나오더군요. 표정은 호기로웠는데 웬걸, 마구잡이로 팔을 흔드는가 하면 3초 만에 포기하는 학생도 나왔죠.” ‘씽킹 101’의 문을 여는 사고의 오류는 ‘유창성 착각’이다. 수업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한 안 교수는 “BTS 안무를 ‘만만하게’ 여긴 학생들은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유창성 착각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창성 착각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에 대해 아는’ 메타인지에서 비롯된다. 메타인지는 인간의 행동을 주도하는 심리학적 기제인데, BTS 안무를 반복 시청한 학생들처럼 어떤 대상에 익숙함이나 편안함을 느끼면 ‘유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착각에 이른다는 것이다.

‘조망 수용의 한계’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인식의 편협함을 나타내는 경향으로 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예시 중 하나가 ‘신분 뽐내기의 역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보통 우리는 새 도시로 이사해 동네 친구를 사귀기 위한 모임에 나갈 때 값비싼 옷과 시계 같은 ‘사치품’을 통해 자신이 잘나가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명품을 걸친 사람’과 ‘수수하게 차려입은 사람’ 가운데 누구와 더 친구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는 대부분이 후자를 택한다. 안 교수는 “다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모순적 심리를 보여주는 이론”이라며 “누군가에게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면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성 편향’은 말 그대로 부정적 정보에 휘둘리는 인지 오류다. 같은 말인데도 우리는 ‘지연될 확률이 12%인 비행기’보다 ‘정시 운항할 확률이 88%인 비행기’를 선호한다. 입학사정관들이 ‘A 학점과 C 학점을 고루 받은 학생’보다 ‘모든 과목에서 B 학점을 받은 학생’을 주로 뽑는 것 역시 부정성 편향에 따른 결과다. 안 교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손실 회피’ 경향이 부정성 편향을 낳는 요인이라고 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내가 10만 원을 주고, 뒷면이 나오면 당신이 내게 10만 원을 줘야 한다는 내기를 제안하면 거의 모두가 거절합니다. 보통은 승패 비율이 최소 2.5 대 1, 즉 앞면이 나오면 25만 원을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만 원 정도를 잃는 데 그쳐야 내기에 응합니다. 부정성 편향 덕분에 인류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며 생존에 성공했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모험과 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책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모든 결과의 원인으로 돌리는 ‘최신성 오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하는 ‘확증 편향’ 등을 짚는다.

안 교수는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사고의 오류와 편향을 피해갈 수 없다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한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면 유창성 착각을, 식당 메뉴 선택처럼 위험 부담이 적은 일부터 모험을 습관화하면 부정성 편향을 일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망 수용의 한계와 관련해서는 ‘역지사지’의 관점을 취하는 것을 넘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접 물어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편향이 사라지면 물론 불평등과 차별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우리가 편향을 줄이려 노력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자신에게 ‘공정’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계를 모르고 과대평가하는 것도,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최악의 해석을 생각하느라 에너지를 쏟는 것도 스스로에게 공정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덜 편향된 사고는 공정한 개인을 만들고, 그런 개인이 모여 합리적 사회를 만듭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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