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가 엄마 된 사연…강제출국 위기 中 동포 어린이, 할머니가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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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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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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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행방불명, 친모 양육 포기로
법률구조공단 "아동복리 우선한 결정"



친부가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친모마저 양육을 포기해 강제 출국 위기에 처했던 중국동포 어린이에 대해 법원이 친할머니로의 입양을 허가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최호식)는 중국동포 어린이 A양의 할머니가 청구한 입양신청에 대해 이를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A양은 다섯 살이던 2014년 할머니(68)의 손에 이끌려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당시 A양은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동포 아버지의 행방불명과 어머니의 가출로 혼자 남겨진 상태였다. 중국 교포인 A양의 할머니는 2007년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으나, A양을 국내에 장기체류하게끔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친부모를 따라 A양도 중국 국적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친모를 찾아내 A양이 방문동거 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지만, 손녀에 대한 교육과 뒷바라지에는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A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0년 친모가 재혼해 곧 중국으로 출국을 준비하면서 A양 역시 국내 체류 자격을 잃고, 돌봐줄 사람 없는 중국으로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처했다. A양 할머니는 손녀를 친딸로 입양하기로 하고 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부친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입양을 허가하면 할머니가 어머니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기각했다. 또 입양제도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A양 할머니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친부는 9년간 행방불명이고 친모는 양육을 포기해 입양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할머니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며 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해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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