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全大 직접 개입…민심에 겸허하지 않으면 국정동력 약화[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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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7 09:20
업데이트 2023-02-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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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與 전당대회와 윤심 논란

‘尹=1호 당원’ 맞지만 ‘윤심=당심=민심’ 주장은 다양성 속 개혁·안정 추구하는 보수당 기치 위배
정권 위기는 ‘선거연합’ 스스로 해체할 때 찾아오는 것… 자유 신봉자인 대통령, 이견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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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렵고 무섭다.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2년간 여당을 이끌고 갈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그렇다. 전당대회인지 분당대회인지 헷갈린다.

다양성을 상실한 정당에서 건강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지금 여당 전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심이 민심을 만드는 게 아니라 민심이 당심을 규정한다. 민심에 겸허해야 정당도 정치도 건강해지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도 기대할 수 있다.

◇다양성이 건강성이다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해 가해지는 친윤 진영과 대통령실의 집단 공격은 낯선(나경원 표현) 것을 넘어 살벌하다. (절대 ‘반윤’이 될 수 없는) 나 전 의원을 향해서는 친윤 장제원 의원이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몰아붙였고, 안 의원을 향해서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전하면서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 의원의 ‘윤안 연대’ 표현에 대해 “무례하다”면서 “엄중 경고해 달라”고 당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경선판에 직접 나선 모양새처럼 됐다.

지금껏 과거 청와대를 포함해 대통령실이 여당 전대에 이토록 노골적이라 할 만큼 개입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지난해 말 장제원 의원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는 ‘윤심이 민심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을 완벽하게 정비해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장 의원의 말에 대해 ‘옳은가’와 ‘가능한가’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결론은 ‘옳지 않다’와 ‘가능하지 않다’이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순간 정당은 죽는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 정당 안에서는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 세력이 ‘개혁’과 ‘안정’으로 충돌하면서 만들어 낸 다양성이 당을 강하게 만들었고 승리를 가져다줬다.

정체성이냐 외연 확대냐, 집토끼냐 산토끼냐의 치열한 논쟁은 당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국면에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고 한목소리로 충성을 보이라고 몰아붙인 결과 보수는 분열하고 탄핵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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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당심-윤심

민주주의의 장점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일사불란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나 전 의원은 전대 불출마선언에서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가 획일보다, 민주가 억압보다 훨씬 강하다. ‘자유주의’ 신봉자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고 항변했듯 당 대표도 대통령 부하가 아니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건 자유주의가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끌어내릴 때만 해도 방식이 거칠긴 했어도 대통령과 당 대표의 충돌을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당원이 많았다.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힐 때는 (나 전 의원의 처신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좀 심하지 않나”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당원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번에 안 의원마저 ‘반윤’과 ‘적’으로 몰아붙이자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당원이 많아졌다.

친윤 세력은 윤심을 얻으면 당심을 얻고, 당심을 얻으면 민심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당심이 민심을 만들지 않는다. 민심을 얻어야 당심을 얻는다. 그리고 민심과 당심을 얻을 때 궁극적으로 윤심도 변화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본의 아니게’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맞섰던 것처럼 안 의원도 ‘본의 아니게’ 윤 대통령과 맞서게 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은 대개 현직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사람의 몫이었다. 대통령에게 가까이 가는 사람은 대통령 자리에서 멀어진 게 한국 정치의 특성이었다. 총리 출신과 여당 대표 출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건 그런 이유다. 야당 당 대표는 대통령과 대척점에 설 수 있지만 여당 대표는 그렇게 처신하기 힘들다. 여당 대표직이 정치적 무덤인 이유다.

◇尹의 플랜A, 플랜B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생각대로 현실을 바꿀 힘이 있거나 아니면 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기현 의원을 밀어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윤석열당’으로 바꿀 힘이 있을까. 거꾸로 ‘김기현 체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어쩔 수 없이 ‘안철수 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일까.

결국 윤 대통령 지지율과 안 의원의 지지율이 승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상승하고 김 의원 지지율이 안 의원의 그것을 앞서면 안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②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데도 김 의원이 안 의원에게 밀린다면 김 의원이 고민할 것이다. ③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월등히 앞서는 조사가 속속 발표되면 윤 대통령의 고민이 커질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김 의원이 앞서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①과 ②의 경우 대통령실과 친윤은 ‘플랜A’ 김기현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문제는 시나리오 ③이다. 이때 윤 대통령의 선택지는 두 개다. ‘이준석 시즌2’를 각오하고 끝까지 ‘플랜A’를 고수하는 것,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여 ‘플랜B’ 안철수 대표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후자를 택하면 ‘단일화 시즌2’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현대 정치사는 정권의 위기가 야당의 공격이 아니라 대통령을 만들어낸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하면서 자초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자기가 앉아 있는 의자 다리를 스스로 자른 격이다. 정치는 지지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여기엔 예외가 없다. 이미 이준석·유승민·나경원을 내친 친윤과 대통령실이 안 의원마저 내칠 것인가 아니면 회심(回心)할 것인가, 기로에 선 형국이다.

◇보수의 가치

헌법 제7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는 선거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적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1호 당원이면서 대한민국 1호 공무원이기도 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깊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획일적 논리를 설파하는 건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개혁과 안정을 추구한다는 보수정당의 기치에 위배된다. 자유를 신봉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설명

‘선거연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 유럽의 정치 전통에서는 선거 승리 이후 단순한 ‘정책연합’으로 가기도 하지만 연립정부·공동정부를 포함한 ‘정부연합’과 ‘통치연합’으로 발전하기도 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 공직선거법 제9조①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함.

■ 세줄요약

다양성이 건강성이다 : 나경원에 이어 안철수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격이 이어짐. 친윤 세력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논리 내세워.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경선판에 직접 나선 모양새처럼 비쳐져.

민심, 당심, 윤심 :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개혁과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보수정당의 기치임.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건 자유주의가 아님. 민심에 겸허하지 않으면 당도 정권도 위험에 처해질 수 있어.

플랜A, 플랜B : 정권의 위기는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할 때 찾아오는 것. 안철수의 지지율 우세가 계속된다면 대통령실도 민심을 의식해 ‘김기현 당 대표’ 고수라는 플랜A만을 고집하기는 힘들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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