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은 뇌의 기억… 절대적으로 좋은 맛·향은 사실상 없다[살아있는 과학]

  • 문화일보
  • 입력 2023-02-15 08:59
  • 업데이트 2023-02-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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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과학 - 미각·후각의 비밀

생존에 도움되면 ‘좋다’고 저장
학습·필요 따라 정보 계속 수정


이번엔 향(香·냄새)을 공부해보자. 맛을 느끼는 미각의 종류는 5개밖에 되지 않는 데 비해 냄새를 맡는 후각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후각 수용체만 400여 가지이다. 시각 수용체는 3가지, 촉각 수용체도 4가지, 미각 수용체 역시 30가지밖에 안 되는 데 비해 훨씬 다양하다. 게다가 조합의 비율에 따라 수만 가지 향으로 나뉜다. 향은 맛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감기로 냄새를 못 맡으면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한다. 맛의 섬세함과 다양성은 다분히 향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향이란 아주 작은 휘발성 분자로, 약 40만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포에는 이 분자들을 포착하는 냄새 센서가 있다. G 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G-Protein Coupled Receptor)라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그것이다.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GPCR은 외부의 냄새 분자와 결합해 세포의 이온채널을 열고 닫으며 냄새를 맡았다는 전기 신호를 뇌로 보낸다.

후각은 다섯 가지 감각 중 유일하게 뇌로 직접 전달되는 감각이다. 다른 4가지 감각은 수용체로 접수된 후 뇌 속 시상(視床)이란 중계소를 거쳐 뇌의 해당 부위로 분배되지만 냄새는 코에서 가까운 대뇌변연계로 곧장 간다.

대뇌변연계는 해마, 편도체 등 기억·학습·감정을 담당하는 ‘과거의 뇌’이다. 그래서 냄새는 강한 느낌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아마 아주 옛날에 시각보다 빠르게 감지되는 후각을 신속하게 정보 처리하기 위해 만든 원시적인 경로인 것으로 과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맛과 향은 뇌의 기억이다. 경험과 맥락에 따라 변한다. 절대적으로 좋은 맛과 향이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뇌가 “좋다, 유익하다”고 판정한 것이 좋은 맛과 향으로 기억된다. 뇌는 생존에 도움되는 맛과 향의 감각 기억을 ‘좋다’고 저장해 놓지만 학습과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이 정보를 수정해나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얘기다. 못 먹던 음식을 먹게 되기도 하고 향기롭다고 여기던 냄새에 질리기도 하는 게 인간의 복잡성이다.

그러면 이 맛과 향은 도대체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경로로 느끼게 되는 것일까. 왜 향은 종류가 그렇게 많을까.

음식을 섭취하면 이로 잘게 부수고 소화 효소인 침을 섞어 우선 혀로 처음 맛을 보게 된다. 혀에는 좁쌀처럼 작은 돌기들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데 이를 유두라고 한다. 젖꼭지란 뜻이다. 이 유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맛 돌기, 맛봉오리로 통용되는 미뢰(味뢰·taste bud)들이 잔뜩 모여 있다.

미뢰는 영어 번역처럼 맛세포(taste cell)가 흡사 새싹이나 꽃잎 모양으로 겹쳐진 구조로 돼 있다. 그 꽃잎 사이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분자들이 들어와 맛 수용체와 결합한다. 미뢰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의 오미(五味)를 느끼는 GPCR이 있다. 미국의 의대 교수 2명이 GPCR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혀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GPCR은 앞서 말한 냄새 센서라는 후각 수용체와 같지 않나? 맞다. GPCR은 화학적 자물쇠인 점에서 후각과 미각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게이트이다.

냄새와 맛을 내는 음식의 분자가 들어오면 마치 꼭 맞는 열쇠를 끼운 자물쇠처럼 결합해 신경세포에서 전기 신호(활동전위·pulse)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뇌로 전달된다. 그러면 우리는 “에구, 구려” 라든가, “아, 달다”라든가 하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GPCR은 이외에도 시각이나 다른 자극의 수용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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