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친구 딸 선생님과 인연[결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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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합니다 - 정민형(37)·신주희(여·31) 예비부부

“우리 딸 선생님이 너무 괜찮고 좋은데, 한번 만나봐!” 3년 전 크리스마스 날. 저(주희)는 아버지 식당에서 일손을 거들다 근처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게 됐어요. 그때 아버지 친구분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딸 선생님’ 전화번호를 주려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상대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말이죠. 그분으로서는 ‘학부모’가 주선을 해주는 셈인데, 누군지는 몰라도 엄청 난처할 것이란 생각에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서로 연락하고 있더라고요.

전 ‘오늘 바로 볼 수 있냐’고 물었고, 남편은 ‘운동복 차림에 머리도 엉망이고 준비가 안 됐다’며 난감해하더라고요. “저도 어차피 아버지 일을 도우러 나와 편한 옷차림”이라며 남편을 설득했고, 저희는 결국 ‘편안한 마음으로 밥이나 먹자’며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이 크리스마스여서 용기를 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희는 동네 오삼불고기 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공휴일 저녁 7시, 문 연 데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치아에 낀 고춧가루를 확인하고 좌절하긴 했지만, 식사 후 간 카페에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남편 말에 따르면, 저를 처음 보고 ‘딱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눈이 초롱초롱했다고요.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남편은 “사귀자”며 고백했고, 저흰 연인이 됐습니다.

제가 그날 아버지 친구분을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남편 역시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랫동안 봐 왔던 사람처럼 편안했던 남편과는 2년의 연애 끝에 오는 5월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습니다. 운명처럼 나타난 자상한 남편에게 지금처럼 밝게 웃으며 재미있게 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2세가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