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변협 ‘공익 후퇴’ 위험 수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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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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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인권 정의 법치 이바지해야 할
변호사의 법적 책무 외면한 채
회장 직선 이후 직역 우선 선회

로톡 가입한 변호사 징계 강행
법치주의 흔드는 위험한 행태
법적 지위와 권한 제한 목소리


직능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익단체 성격도 갖고 있다. 변호사 업무의 공익성 때문에 변협은 유일 법정단체로 변호사 등록·징계권 등을 갖는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사명을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변협도 ‘억울한 약자의 편이 되어 강자의 횡포를 막는 데 선봉이 됨으로써 법과 인권을 수호하는 숭고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으로 최근 10년간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어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협은 직능단체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2013년부터 직선제로 바뀐 변협 회장 선거의 주요 공약은 상징적이다. 제47·48대 회장(2013∼2017년)선거에서 직역 공약이 공익 공약을 앞서기 시작하다 제49대부터는 ‘유사직역과의 경쟁 승리’ ‘변호사 직역 수호 및 확대’ ‘변호사 소득 증대와 변호사 배출 감축’ 등이 주류를 이뤘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갈등도 이즈음 시작됐다. 변협 산하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로톡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로톡은 ‘법이 보장하는 변호사의 광고 플랫폼’일 뿐이라고 반박했고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했다. 2016년엔 변협이 직접 고발했지만, 검찰 결정은 같았다. 고검 항고도 기각됐다. 2020년엔 변협 회장 출신이 공동대표를 맡은 ‘직역수호변호사단’이 고발과 항고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법률 전문가 단체인 변협 등이 6차례나 같은 절차를 되풀이한 것은 학폭 가해자 아들의 대입을 위해 집요한 소송전을 벌인 ‘정순신 사건’을 연상시킨다. 더구나 변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1년 5월 ‘구(舊)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개정해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로톡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법무부도 해당 조항과 이를 근거로 한 변호사 징계가 상위법인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보냈다. 헌재는 2022년 5월 변호사를 단순 광고·홍보·소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변협은 개의치 않았다. ‘로톡 영업은 알선·유인’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로톡 가입 변호사 100여 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결국, 공정거래위도 로톡 탈퇴 종용 등과 관련해 변협과 서울변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2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했다.

변협이 검찰, 법무부, 헌재, 공정위 등 국가 최고 형사·사법 기관들의 일관된 해석과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용인하면 법질서와 국가 기강을 유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변협 행태는 법적 존립 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변협의 징계권은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전제로 부여받은 권한이다. 국가 기관이 로톡 서비스를 합법으로 판단했다면 로톡을 이용하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다. 로톡 서비스 개시 이후 지난 2월까지 누적 방문자가 4130만 명, 누적 상담 건수가 88만 건에 달한다. 접근성이 좋고 가성비가 높은 법률 서비스임을 시민들이 인정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경력과 지명도가 부족해 로톡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온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근거한 징계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화물연대나 건설노조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파업 불참자나 비노조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법무부는 지난 8일 변협이 징계한 로톡 가입 변호사의 이의 신청 심의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법무부는 이미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신속히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무부가 형사·사법 기관 수뇌부 교체를 앞두고 대법관, 헌법재판관, 공수처장, 상설특별검사 추천권이 있는 변협의 협조를 의식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오해라면 불식시켜야 한다. 나아가 차제에 변협에 부여한 법적 지위와 권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시장을 바꾸고 시장의 변화는 상부 구조인 법과 제도의 개폐로 이어진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흐름상 변협이 공익단체의 성격을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정과 정의, 법치주의는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약속이다. 로톡은 더 이상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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