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307억·투자공사 61억 물렸다… 당국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

부동산 PF 상황 등 면밀 점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으로 국내 기관들도 크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금융권 전반에 미칠 파장에 주시하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SVB파이낸셜 그룹의 지분 10만795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약 307억 원(2319만6961달러)에 달한다.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파산 여파로 지난 9일 기준 106.04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이후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한국투자공사(KIC)도 같은 기간 SVB 주식을 약 61억 원(462만 달러)어치 보유했다. 만약 SVB가 최종 파산하면 두 기관은 이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건전성 불안 요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4월부터 PF대주단 협약이 가동돼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할 계획인데, 이번 사태로 자금 공급이 경색되면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25조3000억 원으로 최근 2년간 매년 10∼20% 수준으로 늘어났다.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0.9%로, 전년 말(0.38%) 대비 0.52%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해 ‘거액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올해도 연장하기로 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