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K-칩스법’ 재논의 돌입… 이번엔 지원범위·대상 신경전

국회 조세소위 1시간 지연
세부사항 조율 등 줄다리기

여야가 3월 임시국회에서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을 처리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16일 상임위 소위부터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법안 처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도 여야 간 이견 조율 때문에 1시간 이상 지연됐다. 여야는 반도체 산업 등에 대한 세액공제 요율을 상향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법안 적용 산업 대상을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15일) 특례 대상 업종을 확대해 ‘한국판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새롭게 이름을 붙였다. 국민의힘에서는 “핵심 내용은 비슷한데, 법안 이름만 바꿔 숟가락 얹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이날 오전 10시 회의를 열고 K-칩스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재논의를 시작하려 했으나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개의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 등을 이날 안건에 상정할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여야 간 이견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이날 소위에는 상정하지 않기로 하고 소위 문을 열었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숙려기간 등을 고려해 절차에 따라 (상정)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날 발의한 법안을 이렇게 병합 심사를 하면 국회 권위가 무너진다”는 뜻을 조세소위원장인 류 의원에게 전했다.

일단 민주당이 정부안 세액공제 요율과 동일한 수치로 조특법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지난 회의보다는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 안은 투자 세액공제 요율을 대·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일괄 상향하자는 기존 정부안과 동일한 수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는 했지만 법안에 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과 미래형 이동수단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세액공제 대상 확대 사업 품목을 명시하는 법안 조문에 ‘등’을 표기하면서 국가전략기술의 적용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세액공제 대상 확대 사업 품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