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단속 옳지만… 농가는 일손 없어 ‘죽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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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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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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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여주시 한 고구마 농장에 일손이 없어 출하 작업이 중단된 채 빈 상자만 놓여있다.



■ 농번기 앞두고 구인난 심화

단속 강화에 불법체류자 잠적
채용했다가 벌금 폭탄 사례도
“합법 인력은 수요의 10% 뿐
출하 늦어 올해 농사 접을 판”


의정부=글·사진 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경기 여주시에서 5만 평의 고구마 농장을 운영하는 A(71) 씨는 이달 들어 벌금만 4200만 원을 내게 됐다. 수확 철을 맞아 평소와 같이 불법체류 외국인 12명을 채용했다가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한 사람당 벌금만 200만~300만 원으로 세 번째 적발될 시 구속된다는 경찰의 경고에 더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채용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급한 마음에 한국인 일손을 구하러 나섰지만 농번기 구인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A 씨는 “수확 철 한 달만 채용하는 조건에는 한국인이 오지 않아 외국인을 단기 채용하는 방식으로 농가를 운영한다”며 “계속 출하가 늦춰지면 상품성이 떨어져 결국 올해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농번기를 앞둔 농가는 구인난에 울상을 짓고 있다. 단속 소식에 농가 일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종적을 감춘 탓으로 한 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경찰청·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지난 2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일자리 잠식 업종과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업체·취업알선업체 등에 대해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농가에선 볼멘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고구마나 인삼 등 밭작물을 수확해야 하는데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습을 감춰 모든 출하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해주던 브로커도 단속망을 피해 잠적한 지 오래다. 단속 소식을 접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했다가 벌금 폭탄을 맞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단속으로 여주시에서만 120여 명의 불법체류자가 적발됐는데 참다못한 전국농민회총연맹(농민회)은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민회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단속에 1년 농사를 포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도 원활한 인력 공급을 위해 공공인력중개센터를 기존 8개소에서 올해 11개소까지 늘리고 상반기 중으로 계절근로자 1261명을 농가에 지원할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자 등 합법적 인력은 전체 인력 수요의 10%에 불과해 불법체류 외국인의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농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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