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년, 모아놓은 돈 없어 일이 재미없어져요[마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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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후 3년을 넘게 일했어요. 연애를 하고 최근 결혼을 생각하다 보니 돈 모아놓은 것을 돌아보게 됐는데, 거의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이래서는 결혼도 영영 하기 어렵겠구나 싶어요. 일을 해도 돈을 모으지 못한다는 생각에 즐겁게 하던 일이 재미없어지다니 제가 잘못된 것일까요?

사람을 좋아해서 제가 밥이나 술을 살 때도 많지만 사치품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거든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지도 못했고 부모님도 아직 건강하신데 도대체 어디에다 돈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박을 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돈 모으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는데 정말 그럴 수가 있나요?

엄청나게 비싼 물건보다 횟수 잦은 작은 소비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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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관리와 관련된 질병도 있지만, 자신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충동성 때문에 금전관리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다들 충동성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폭력적인 행동과 혼동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충동적이라는 것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후회할 행동을 통칭합니다. 한 번에 하는 행동이 엄청나게 충동적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도 충동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물건을 훔치거나, 1년에 한 번이지만 엄청나게 무리해서 비싼 물건을 사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겠죠.

반면, 하나하나의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더라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매일같이 산다면, 어떤 것이 더 심각한 충동구매일까요? 어떤 것이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까요? 횟수가 잦은 작은 소비는 배달음식, 문구류, 교통비, 월정액결제, 통신비, 인터넷게임 아이템 등이 있습니다. 그런 ‘작은 소비’ 부분을 확실히 정리해보고 소비성향에 대해 대면해보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카드를 쓸 때마다 가계부로 연결시켜서 기록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적어도 명세서에 대해서는 분석하고 인지하기만 해도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증상 중에서도 금전 관리를 잘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성인 ADHD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 하는 행동이 나중에 불러일으킬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특징, 시작은 잘해도 끝맺지 못해서 발생하는 비용 등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우울증에서도 충동구매가 흔하니 다른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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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어떻게 보람과 즐거움으로만 하겠습니까? 당연히 월급을 받으려고 다니는 부분이 크지요. 회사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모은 돈이 없다면 당연히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는 것이니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초조한 상황에서 너무 난도와 위험성이 높은 재테크에 몰입하는 경우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사실상 재테크 목적보다는 그 자체 재미로 몰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자산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