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내돈내산’은 소통에 대한 갈망이다[북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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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31 09:07
업데이트 2023-03-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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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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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3’의 한 코너인 ‘MZ 오피스’는 유튜브에서 큰 화제를 모은 콘텐츠입니다. 여기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무(無)개념의 전형으로 묘사됩니다. 무선 이어폰을 낀 채 선배 얘기를 귓등으로 흘리고, 회식 자리에서 코앞에 수저통이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식이죠. 문해력 또한 형편없어서 “십분 이해한다”는 말에 “그렇게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해하느냐”라는 황당한 대답으로 응수합니다.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샘터)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오해에 휩싸인 젊은 세대를 위한 변론입니다. 두 저자 가운데 한 명은 2000년생(Z세대), 한 명은 1992년생(밀레니얼 세대)으로 각각 경제학과 사회정보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젊은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밀레니얼과 Z세대를 ‘MZ세대’로 통칭하는 습관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같은 ‘포켓몬 빵’을 놓고 밀레니얼은 추억을 회상하고, Z세대는 뉴트로 감성을 느낄 만큼 다른 세대라는 것이죠.

저자들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밀레니얼보다 개인주의적이지만, 결코 소통에 무심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온라인의 협찬이나 광고성 콘텐츠에 질린 나머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건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향한 Z세대의 갈망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입니다. 이와 함께 SNS에서 바퀴벌레 모양의 쿠션, 닭발 양말, 물고기 슬리퍼 같은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놀이에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소통 문화가 스며 있습니다.

Z세대만을 위한 세대론이 필요하다는 저자들의 바람처럼 최근 출판계에는 Z세대 연구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콘텐츠와 소비 시장의 Z세대 영향력을 탐구한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Z세대 트렌드 2023’에 이어 올해 초엔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자가 쓴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까지 나왔죠.

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지난해 국내 번역된 ‘세대 감각’에서 개별성을 무시하는 세대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요. 세대론이 지닌 유용함을 활용하되 각 세대의 특징을 최대한 진실하게 포착하는 길은 하나의 세대론이 포괄하는 범위를 줄이는 것인지 모릅니다. 진정한 소통은 다른 집단을 억지로 묶는 게 아니라 차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밀레니얼에겐 M세대론이, Z세대에겐 Z세대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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