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섬 없는 투사·소통하는 큰 누님… 민의의 전당 ‘마지막 유리천장’ 깨기[Leadership]

  • 문화일보
  • 입력 2023-04-03 08:58
  • 업데이트 2023-04-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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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리더십 - 헌정사 첫 여성 국회의장 노린다

김상희, 첫 여성 부의장 기록
30여년간 민주화·여성운동

김영주, 농구선수하다 노조로
표대결서 남자의원 꺾고 부의장

추미애, 22대 당선되면 6선
여성 정치인의 이정표 세워

박영선, 최초 여성 원내대표
서울시장 선거에서 3번 고배

김영선, 현역 중 여성 최다선
22대 여당 과반땐 가장 유력

나경원, 보수서 정치적 비중
총선 승리 역할 땐 가능성도


76년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 나올까. 대한민국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지금까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모두 남성 몫이었다. 국회의장은 현재 김진표 의장을 포함, 총 30명이 국회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압도적 ‘남초(男超) 현상’은 22대 국회에서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김상희(69)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 첫 국회부의장이 됐고, 2년 뒤에는 김영주(68) 민주당 의원이 헌정사 두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에 등극했다. 만약 두 사람이 22대 총선에서 생환해 국회에 돌아오면 국회의장 자리를 노릴 수 있는 5선 의원이 된다. 여기에 원외 추미애(65) 전 법무부 장관과 박영선(63)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재입성한다면 각각 6선과 5선으로서 여성 최초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된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이때는 국민의힘의 김영선(63) 의원과 나경원(60) 전 의원이 유력한 헌정사 최초 국회의장으로 거론될 수 있다. 두 사람은 22대 국회에 입성할 경우 각각 6선과 5선 의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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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 김상희=충남 공주 출신인 김상희 의원은 2020년 6월, 73년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됐다. 김 의원은 2008년 제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경기 부천 지역구에서 내리 당선된 4선 의원이다. 2020년 5월 민주당에서 국회부의장 단독 후보로 추대된 김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 부의장 탄생을 위해 김 의원을 여당 몫 부의장으로 추대했다. 국회부의장 입후보 과정에서 같은 당 5선의 변재일·이상민 의원 등이 거론됐으나 ‘첫 여성 부의장’이라는 김 의원의 명분이 앞섰다. 김 의원은 “우리 정치 영역에 강고하게 드리워진 유리 천장을 깨는 데 모두 함께해주셨다”면서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된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리더가 돼 세상을 변화시키고 여성이 잘 살 수 있게 해야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대학 졸업 후 약사로 재직하면서 시민운동을 이어나갔다. 한국여성민우회 창립부터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30년간 민주화·여성운동에 공을 들였다.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 등 여성 관련법 제정 및 개정에 이바지해 2005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 의원은 여성 인권 문제에선 정파를 초월한 정치인이다. 2021년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벽화에 대해 자진 철거를 여권에서 처음으로 요청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 의원은 “누구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이란 여성 인권 탄압 및 반정부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 규탄 결의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성과도 올렸다. 당시 김 의원은 이란 정부에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표 대결 첫 선출 여성 국회부의장 김영주=서울 출신인 김영주 의원은 현 국회부의장이다. 중학생 때부터 농구 선수 생활을 했고, 서울신탁은행 실업 농구단 선수로 활동하다가 은퇴 후 서울신탁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노조 간부를 거쳐 전국 금융산업노조에서 여성 최초로 상임 부위원장을 지냈다. 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신입 남성 행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 것을 알게 된 뒤 노조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서울 영등포구갑 지역구에서 3선을 보태 4선 의원이 됐다. 2017년 8월에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고용정책을 집행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추대가 아닌 헌정 사상 최초로 남성 의원을 꺾고 국회부의장이 됐다. 김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는 ‘스킨십 좋은 큰누나, 큰언니’로 통한다. 당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다 보니 초선 의원 당시 당 사무부총장, 재선 의원 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3선 때는 서울시당위원장과 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현직 국회부의장인 김 의원은 국회의장 못지않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국회를 대표해 펼치고 있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외교활동이 가장 주목받는다. 실제로 김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경제외교자문위원회는 여야 의원 및 전문가들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달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공식 초청을 받은 김 의원은 몽골의 공식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헝가리 국회의장과 세르비아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와 관련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여성 국회의장도 탄생하고 더 많은 여성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최초 여성 국회의장에 도전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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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추미애·박영선도 잠재적 경쟁자=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최초’란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초 여성 판사 출신 국회의원, 헌정 사상 최초 여성 5선 의원에 여당 대표, 민주당계 정당 역사상 대구·경북(TK) 출신까지, 추 전 장관을 수식해주는 표현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추 전 장관은 여성 정치인의 이정표를 세운 장본인으로 통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민주당 대표 재임 기간 치른 선거(19대 대선,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창당 이래 2년 임기를 모두 채운 첫 당 대표라는 명예를 바탕으로 21대 총선에서 6선을 하면 차기 국회의장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총선 출마 대신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자리를 선택했다. 이때 윤석열호(號) 검찰과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안팎에선 “결국 추미애가 윤석열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란 비판이 여전하다. 추 전 장관이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최초의 여성 6선 의원 반열에 오르게 된다. 선수(選數)로는 국회의장 1순위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악연이 깊은 만큼 여야를 두루 아울러야 하는 국회의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을 수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14년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사령탑에 등극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 전 장관은 결선투표까지 가는 대결 끝에 남성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당시 박 전 장관은 원내대표 선거 당일 정견발표에서 “제가 그렇게 센 여자는 아니다”라며 “저도 눈물 많은 여자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의원님들께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박 전 장관은 MBC 첫 여성 특파원, 여성 첫 경제부장 등을 지낸 뒤 MBC 선배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권유로 2004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여성 첫 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첫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비례대표에 이어 서울 구로을 지역구 선거에서 3번 당선됐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선 경선을 포함해 3번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6·1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한 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잠행해왔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수를 위해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말부터 민주당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선 “이재명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해야 한다. 그게 정말 묘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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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선 김영선·나경원 가능성=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선 아직 여성 국회부의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 국회부의장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구의 김영선 의원이 도전했다가 탈락했다. 여권에선 차기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회의장 또는 보수정당 최초 여성부의장 탄생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된다. 일단 김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최연소 여성 당 대표와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김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성하고 16대까지 잇달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의원은 이회창 총재 법률 특보, 당 대변인, 사무부총장 등 당직을 거친 뒤 17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의원은 2006년에는 한나라당 당 대표를 지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기도 했다. 2008년 같은 지역구에서 4선에 성공한 뒤 국회 정무위원장을 역임했다. 4선의 여성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패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지 못했던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5선인 김 의원은 21대 국회 최다선 여성 의원이 됐다. 5선의 여성 의원은 박근혜·박순천·이미경·추미애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의원은 정우택 국회부의장, 설훈·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함께 1990년대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의원”이라며 “6선 의원이 되면 국회의장, 국회부의장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인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여전히 당 대표의 경로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정치적 무게감을 봤을 때 나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국회직에 도전할 경우 여성 첫 국회의장은 나경원 몫이 될 수 있다”며 “실제 나 전 의원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가 사실상 윤 대통령에 의해 가로막혔다. 하지만, 보수 진영 내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총선에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당내 입지를 회복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해완 · 민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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