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사용하던 강력범죄와 결합… 마약 범죄 ‘흉포화’

  • 문화일보
  • 입력 2023-04-07 11:49
  • 업데이트 2023-04-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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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음료 시음회’ 사건에서도
효과적인 범행위해 마약 사용
값싼 가격에 구하기도 쉬워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시음회 사건과 관련, 우리나라에서 ‘마약의 범죄 도구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제 총·칼 등을 이용하던 전통적 강력범죄가 마약과 결합, 가공할 위력을 지닌 심각한 ‘신종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마약 시음회’ 사건은 자녀의 신변을 빌미로 협박하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에 마약이 그 수단이 됐다.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에 효과적인 범행을 위해 마약을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일당이 △기존 시제품에 마약 투여 △전국 동시다발 시음회 개최 △마약 투약 학생의 신병 일시 확보 방식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파장이 상상하지 못할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시음회 사건 외에도 마약의 범죄 도구화 현상 조짐이 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마약 셔틀(마약 대리 구매)’이라고 불리는 신종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 조직 사건도 있다. 지난 2021년 경기 평택시에서 스파이스(마약류 환각제)를 판매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등 23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약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받은 ‘조폭+마약’ 범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배경엔 누구나 싸고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된 한국의 환경이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국내 암거래 시장에서 필로폰의 최근 1회 투약분(0.03g) 가격은 2만 원대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치킨·피자 사 먹는 가격으로 마약 확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 특정 은어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줄줄이 뜨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 청정국’은 옛말이 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마악류 사범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는 2012년 18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5년 23 △2020년 35 △2021년 31로 집계됐다. 계수가 20을 넘어서면 마약 범죄를 통제하기 힘든 상태를 의미하는데, 위험 수위를 넘은 지 10년이 다 돼 간다는 뜻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과 전통 강력범죄가 결합하면서 범죄자들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물색할 수 있게 됐다”며 “당국의 엄중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수한·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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