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 시론]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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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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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전기차 일감 골육상쟁의 노조
美 대선이 쓰나미 부른 변곡점
탈원전 文은 전기차에 소극적

독일은 테슬라의 無노조 용인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만들며
전기차 시대 대처하는 美.獨


올 들어 증시 최대 이슈는 ‘양극재 4대 천황’이다. 2차 전지의 핵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코스모화학의 주가가 43∼664% 폭등했다. 어느새 양극재·음극재·전구체·전고체 배터리 같은 전문용어는 보통명사가 됐다. 전기차 시대의 밝은 면이다.

서울 여의도에는 4곳의 대형 주유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하루 통행량이 14만 대로 가장 많은 노른자위 주유소가 폐업했다. 고유가에다 전기차 보급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전국 주유소 72%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가 가져온 그늘이다.

이뿐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구동시스템(PE모듈)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차가 직접 만들자고 요구한다. 단체협약 중 “차세대 차를 생산할 때 국내 공장에 최대한 배정한다”에서 ‘최대한’도 빼자며 압박한다. 일종의 국내 생산 의무화다. 전기차 일감 확보를 위해 계열사끼리, 해외 공장과의 골육상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차는 생산직의 절반이 완성차 조립, 나머지 절반은 엔진·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생산을 맡는다.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이 필요 없다. 현대차는 정년 퇴직자만큼 인원이 자연 감소하는 ‘공정 개선’이 진행 중인데, 노조는 “이대로 가면 2030년에 생산직의 40%만 남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나은 편이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본사가 전기차를 배정해 주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본격적인 전기차 쓰나미는 2년 전 들이닥쳤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전기차 왕국을 일궜고, 유럽도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전기차로 돌아섰다. 결정적 변곡점은 미국의 급변침이었다. 석유를 옹호하며 “디트로이트를 살리겠다”던 도널드 트럼프가 “전기차 주도권을 중국에서 빼앗아 오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넥쏘를 타고 “내가 홍보 모델”이라 할 만큼 수소차 사랑이 유별났다. 탈원전 탓인지 전기차엔 소극적이었다. 기존 아파트는 주차장의 2%, 신축 아파트엔 5%의 충전기 구축을 의무화했지만 10% 수준인 선진국들에 못 미쳤다. 그 결과,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는 50.1기로 미국(185.3기)·독일(230.1기)보다 크게 부족하다. ‘충전 난민’이 급증했다.

그런데도 전기차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10년 전에 비해 가격이 내연기관차 대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내렸다.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 덕분에 배터리 가격은 80%나 싸졌다. 이미 중국은 자생력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말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했다. 그동안 미국의 테슬라는 레고 블록형 생산, 주력 모델들의 80% 부품 공유,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공장)의 일관생산, 통합 칩과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내세워 독주를 거듭했다. 100% 온라인 판매로 부대 비용까지 줄여 차 값을 6% 낮췄다고 한다. 압도적인 경쟁력이다.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를 만나 기가팩토리의 한국 진출을 요청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 기가팩토리를 세운 과정만 봐도 쉬운 일이 아니다. 테슬라는 4만 명의 일자리로 유혹하며 노조 왕국 독일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독일은 유럽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진출하는 ‘꼼수’를 눈감아줘 독일법 대신 유럽연합법을 적용받도록 허용했다. 그 틈새로 테슬라는 노조 경영 참여를 의무화한 독일의 ‘노사공동결정법’을 우회했고, 독일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도 거부했다. 노동자 개개인과 임금협상을 하고, 근로계약 내용은 영업비밀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독일이 사실상 무노조의 굴욕을 받아들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파격을 허용할 수 있을까. 민노총 금속노조의 사생결단식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바이든은 스스로 노동자의 친구라고 자랑해 왔다. 그런 바이든이 무노조의 테슬라에 전기차 보조금 100%를 몰아주었다. 서양엔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라는 격언이 있다. 신 레몬을 피할 수 없다면,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라는 것이다. 전기차 굴기(굴起)를 향한 미국과 독일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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