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20개 대학중 19개가 지방대… 앞으로 전국서 195곳 추가 폐교[문화미래리포트 2023]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7 09:14
  • 업데이트 2023-05-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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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폐교된 경북 경산시 남천면 대구외국어대 정문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다.



■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5) 전국 할퀸 저출산 충격 - 학령인구 감소… 벼랑 끝 지방대

그동안은 학내비리·재정난 등
복합적인 문제로 문 닫았다면
앞으로는 신입생이 없어 폐교

진학 대상자 2000년 82만명
2040년엔 26만명으로 급감
입학정원보다 20만명 모자라


경산=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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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감소가 대학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재정·학사 운영 문제나 학내 비리, 신입생모집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학이 문을 닫았지만 앞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한계에 달하는 신입생모집이 폐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20년대 들어 입학정원 대비 대학진학 고려 대상자(18세 학령인구)가 적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돼 대학가에 ‘폐교 쓰나미’가 거세게 일 전망이다.

지난 2일 경북 경산시 남천면 옛 대구외국어대 정문은 굳게 닫혀 있고,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건물지붕과 창문은 뜯겨 있었으며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했다. 인근 마을주민은 “시골에 있는 대학이지만 한때 수천 명의 학생이 다녔다”며 “학교가 문을 닫은 후 마을 분위기도 썰렁해졌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학교가 산속에 있어 요양원으로 제격인데 아직 매각이 안 돼 흉물로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재정문제와 신입생모집난으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분류돼 2018년 문을 닫았다.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하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 학교는 매각이 추진되고 있지만 학교용지로 묶여 있어 팔리지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청산인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17억 원을 융자받았다. 이 대학 부지와 건물 감정평가액은 약 84억 원이다.

전북의 모 대학은 학생충원율 급감과 재정악화 등으로 2021년 2월 폐교됐다. 이 학교 한 청산인은 “당시 폐교 안내문이 건물마다 나붙고, 각종 집기는 인근 복지단체 등에 기부됐다”고 말했다. 이후 대학은 같은 해 8월 한 건설업체에 약 205억 원에 매각됐다. 건설업체 측은 건물과 부지 등 활용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00년 이후 폐교된 전국 대학은 20개다. 1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대학으로, 강제폐교 14개·자진 폐교 6개다.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2042∼2046년 국내 대학 385개 중 절반(49.4%)만 살아남고 나머지 195개는 사라진다.

대학 재정 위기도 가속화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로 수입은 고정돼 있지만 물가상승으로 관리·운영비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재정 한계에 도달한 대학은 32개에 이르고, 사립대의 경우 운영 손익이 2011년 3조 원에서 2021년 1조1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학진학 고려대상자와 입학정원의 역전현상도 심화할 전망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진학 고려대상자는 2000년 82만 명에서 2010년 69만 명으로 10년 사이 13만 명 줄었다. 이어 2020년 52만 명, 2040년 26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입학정원은 2000년 60만 명, 2010년 54만 명, 2020년 46만 명이며 이러한 수준이 유지되면 2040년에는 입학정원 대비 대학진학 고려대상자는 20만 명이 모자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한국사학진흥재단 지하 1층∼지상 3층, 연 면적 1411㎡ 규모의 폐교대학 기록문서 관리시설 내 기록물 문서고에는 폐교대학 학적부 등 자료가 가득 차 있다. 지난 1월 준공 이후 5개월여 만에 98%가 차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가 됐다. 기록물법상 폐교대학 자료는 1년부터 영구보존 등 기간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영구보존자료다. 재단 측은 시설 증축을 위해 28억 원의 예산을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반영 여부가 불투명해 앞으로 폐교대학이 발생하면 또다시 민간에 비용을 내고 자료를 보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미 올해 최소 1개 이상 대학의 폐교가 예고돼 있다. 앞서 재단 측은 폐교대학 자료들을 경기 이천에 있는 민간 임차시설(물류센터)에 임시 보관하다 이곳으로 이관했다. 총 7396박스 분량의 서류와 7만1706권의 책자로 보관 비용으로만 10억 원이 들었다.

2000년 이후 전국 46개 대학이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폐교와 통폐합 작업은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구조개혁정책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학령 인구 감소에 대비한 실질적인 프로세스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사회 전반에 상상을 초월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도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와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폐교는 피할 수 없다”며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미리 준비해서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해 건전한 폐교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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