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것이 취미”라고 하셨던… 서울올림픽 성공에 큰 공헌[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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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5 09:08
업데이트 2023-05-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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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박세직 전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1933~2009)

‘박세직’, 존함 석 자를 회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88서울올림픽입니다. 서울올림픽은 유치하는 것 자체가 극적인 드라마였지요. 올림픽 진행과 결과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과연 서울이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까?’ 전 세계인이 품고 있던 우려는 감동으로 변했습니다.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 걱정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승화됐습니다.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대한민국의 국력은 급격히 향상됐습니다. 오늘날 3만 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의 디딤돌이 된 것이지요. 2012년 7월, 위원장님을 그리워하는 후배들은 올림픽공원에 위원장님의 흉상을 세웠지요. 돌이켜보면, 박 위원장님은 서울올림픽을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신 듯합니다.

박세직 장군님은 군인 중의 군인이었습니다. 북한이 6·25남침을 개시하자 곧장 학도병을 자원해 달랑 소총 한 자루를 들고 최전방에 투입됐습니다. 전투 중 적에게 쫓기다가 막다른 길에 몰렸답니다. 막다른 그 길에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체념하고 그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답니다. 그런데 등 뒤까지 쫓아오던 북한군이 조금만 더 오면 발각될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서너 발짝을 앞에 두고 돌아서 가버렸다네요.

독실한 기독교 장로이신 박 장군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찬송가 391장을 즐겨 부르셨습니다. ‘오, 놀라운 구세주 예수 내 주(중략). 저 위험한 곳 내가 이를 때면 큰 바위에 숨기시고, 주 손으로 덮으시네.’

백골 부대 사단장으로 재직 중 지장이자 용장이며 덕장으로서 일화는 지금도 여러 사람에게 회자 되고 있습니다. “3사단은 백골 부대인 동시에 백골 대학이다. 백골 대학의 교훈은 ‘자·즐·보’다. ‘자랑, 즐거움, 보람’으로 인생을 살아가자.” 장군님의 소위 ‘자즐보’ 운동은 장병들의 생활덕목이 됐고 전역 후에는 인생의 나침반이 됐습니다. 사단장을 마치고 떠날 때는 지역 내 많은 주민이 도로에 나와서 환송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 내려옵니다.

2005년에는 향군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오직, 일하는 것이 내 취미”라고 말씀하시던 회장님은 업무에 밤과 낮, 평일과 휴일이 없었습니다. 필자는 휴일에 테니스를 치다 반바지 차림으로 불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회장님은 수고에 대한 격려의 말씀을 하시고, 택시 타고 가라며 만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여 주셨습니다. 당시 70을 넘긴 연세에도 모든 업무를 이메일로 보고받고 결재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라가 없으면, 향군도 없고, 가정도 없고, 나도 없다.’ 투철한 민족주의자이자 애국자셨던 회장님은 마지막 투혼도 국가안보를 위해 불태우셨습니다. 장기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시자마자 6·25행사 준비를 밤새워 진두지휘하시던 회장님. 큰 바위 얼굴처럼 흔들림이 없던 회장님도 고령에 격무는 버거운 난적이었던가 봅니다. 과로로 쓰러지신 후 불과 며칠 만에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치고 힘든 회장님에게 휴식을 주시고자 하셨을까요?

대한민국은 후배들이 지켜나가겠습니다. 국가안보 걱정 거두시고,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그토록 좋아하시던 88서울올림픽 노래 ‘손에 손잡고’를 들려드립니다.

하늘 높이 솟는 불/우리의 가슴 고동치게 하네/ 이제 모두 다 일어나/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길 나서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이정호 예비역 육군대령 전 향군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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