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닭갈비와 계륵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춘천에 가면 먹을 만한 것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것을 먹어야 한다. 굳이 춘천까지 가서 이런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음식이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니 안 먹을 수도 없다. 이 음식의 이름은 닭갈비인데 이를 한자로 쓰면 ‘鷄肋(닭 계, 갈비 륵)’이 된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지시하는 대상은 같은데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계륵’은 쓸모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대상을 가리키니 좀 다르다.

닭의 갈비 부위를 보면 살이 거의 없으니 중국의 고사가 이해된다. 이런 부위로 요리하면 먹을 만한 것이 없을 텐데 춘천의 ‘닭갈비’는 그렇지 않다. 닭의 갈비 부위가 아니라 닭다리와 가슴살을 쓰니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이는 이 음식이 돼지갈비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비싼 재료인 돼지갈비 대신 닭을 갈비를 요리하듯이 넓게 저며 편 뒤 돼지갈비 양념을 해서 구워내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갈비란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나 돼지의 갈비이다. 이 동물의 가슴 부위를 보호하기 위한 12개의 굽은 뼈가 있는데, 이 부위에 붙은 살이 지방과 살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특별한 풍미를 낸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부위이나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제한돼 있으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렴한 닭으로 갈비 맛을 내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같은 대상을 가리킬 때 한자어가 선호되거나, 그 결과 고유어가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山’의 훈과 음이 ‘뫼 산’인 것을 보면 ‘뫼’가 고유어로 쓰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江’은 훈과 음이 ‘강 강’이어서 고유어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다. 다행히 ‘닭갈비’와 ‘계륵’의 관계에서는 고유어 닭갈비가 더 우위에 있다. 닭갈비는 우리말에서의 계륵이 아니라 진짜 갈비인 셈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