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 사옥앞 1인 변칙시위… 욕설·소음에 기업만 골머리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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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기업의 본사 사옥 앞에 집회·시위 관련 천막과 현수막, 스피커 등이 설치돼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신고의무·소음 규제 회피하려
1인 시위로 가장해 다수 집회
인근 주민들도 소음 피해 호소

일부는 다수 시위라 신고하고
현수막·천막 마구잡이로 게재
도로 시야 가려 사고 위험 초래


대기업 사옥 주변 등에서 법 규제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변칙 1인 시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주변 시민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시위 대부분이 욕설과 고성 등이 난무한 악성 시위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는 이런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최소한의 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1인 시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 사전 신고의무가 없다. 집시법 규제 대상인 다수 집회나 시위와 달리 국회나 헌법재판소 인근 등 시위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집시법에 정해진 소음 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롭다.

문제는 이러한 법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변칙 1인 시위’가 늘어나면서 기업과 일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사전 신고나 소음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다수 집회를 1인 시위로 가장하는 경우다. 지난 2012년 삼성 일반노조는 다른 집회가 신고돼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없게 되자 최대 30m 간격을 두고 각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방식으로 시위를 강행했다. 1인 시위는 장소 제한이 없어 다른 집회 신고가 접수된 곳에서도 자유롭게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1인 시위는 주거지역 기준 주간 평균 65데시벨(㏈), 야간 평균 60㏈로 규정된 집시법상 소음 규정도 적용받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인 시위를 다수 집회로 신고해 변칙 시위를 벌이는 사례도 잦다. 집시법상 ‘집회’ 또는 ‘시위’를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야 한다. 특히 현행법상 현수막은 지방자치단체 신고 후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다. 하지만 다수 집회 시에는 옥외집회(시위·행진) 신고서에 준비물로 기재만 하면 사실상 숫자 제한 없이 신고 기간 동안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현수막 게시를 남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에서 사실상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A 씨가 대표적이다. 판매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이와 무관한 기아를 향해 ‘원직 복직’을 주장하고 있는 A 씨는 본인이 게시한 현수막이 ‘1인 시위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하자 다수 집회 신고 후 변칙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수막과 천막은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 법조 전문가는 “담당 지자체 등이 실제 집회 참여 인원 확인 등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가 일정 기간 이어지면 집회 개최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성숙한 시위문화와 거리가 먼 행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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