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허물고 깨알 브리핑… 디테일 강하지만 이분법 시각 논란도[Leadership]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5 09:30
  • 업데이트 2023-06-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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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 법무부 제공



■ 베스트 리더십 -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과감한 추진력
국가배상법 문제점 파고들어
유족도 배상받을수 있게 개정

인혁당 피해자 억대이자 면제
진영논리 넘은 구제조치 앞장

몸낮추고 소통
보고서에 ‘님’ 표현 빼게 하고
출장때도 항공편 일등석 안타

청사 미화원 복지까지 신경써
업무추진비로 방한복 구입도

정치인 유사 행보 논란
野의원들과 여러차례 입씨름
“도발적 태도 문제” 지적 받아

특수부 검사처럼 직진 스타일
“장관이 정쟁유발 부적절”평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3일 직접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을 발표하면서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이면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뿐 아니라 검찰 내에서 기획 업무 등도 담당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취임 후 1년 행보를 보면 윤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 최연소(임명 당시 49세) 국무위원이었던 한 장관은 남다른 소통 능력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 수립 능력을 보여줬다. 정치권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관점에서 한 장관을 바라보지만, 그를 법무 행정의 책임자로서 평가해야 할 지점도 생각보다 많다. 다만 특수부 검사처럼 ‘직진’만 하는 스타일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디테일’에 강한 리더십=한 장관은 지난 5월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직접 했다. 입법예고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순직 또는 전사한 군인과 경찰의 유가족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장관은 개정 배경으로 2015년 8월 입대해 복무 중 급성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 사건을 예로 들었다. 홍 일병 유족이 청구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 2월 정부가 유족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하고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법무부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근거로 수용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브리핑에서 “현행 국가배상법상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화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유족의 청구를 금지한 것을 이제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길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국가 상대 소송 중 하나로 지나칠 수 있었지만, 제도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개선점을 내놓았다.

지난해 6월에는 이른바 ‘빚 고문’ 사건으로도 불리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지워진 9억 원대의 배상금 일부와 지연이자 반환을 면제하도록 했다. 과거 배상금이 잘못 과다 책정돼 이를 지연이자와 함께 돌려달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데, 생활고에 시달려온 사건 피해자나 유족은 그동안 진 빚을 갚는 데 이미 가지급금을 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장관은 당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 논리나 정치 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대부분의 법무부 정책 관련 브리핑을 직접 하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도 실무자에게 넘기지 않는다. 경험이 많고, 관련 내용을 세세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장관은 흔히 ‘나쁜 놈’을 잡는 특수부 검사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법무부 상사법무과,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 한 장관과 일한 경험이 있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술은 한 잔도 안 마시고, 필요한 일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워커홀릭’이라 무슨 일을 맡겨도 잘해냈다”고 그를 평가했다.

◇MZ와도 통할 수 있는 소통 능력 = 한 장관은 의전에서 ‘담백’을 추구한다. 한 장관은 임명된 후 “향후 모든 보고서, 문서 등에서 법무부 간부를 호칭할 때 ‘님’ 자 표현을 사용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장관님’ ‘차관님’ 등의 호칭을 문서에 ‘장관’ ‘차관’ 등으로 적으라는 뜻으로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불필요한 의전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한 장관 임명 직후 장관실은 법무부 내부망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차 문을 대신 열거나 닫는 의전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장관께서 원치 않으신다고 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출장 시 이용하던 ‘일등석’ 자리도 반납했다. 효율성을 높이는 개선에도 나섰다. 과거 장관이 국회에 출석할 때 모든 실·국장들이 국회에 총집결했지만, 한 장관 취임 후에는 국회 대기 인원을 감축했다. 관례적인 대기를 최소화한 것이다.

격을 허물려는 한 장관의 의지는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장관이 가운데 서 사진을 찍으면 경직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한 장관은 사진의 맨 뒤로 이동해 자연스레 주인공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로 탈바꿈시켰다. 독립유공자 국적증서를 수여받는 대상으로 어린이가 나타난 경우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한 장관의 배려는 법무부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는 미담도 전해진다. 과거 장관들이 크게 관심을 주지 않던 청사 미화원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지난해 말 6만 원 상당의 방한복을 직접 고르고,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에서 방한복 구입비를 추가하도록 관철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 논란= 한 장관의 화법은 그를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이다. 대중이 ‘한동훈’이라는 이름에 주목하게 된 주요 계기 중 하나는 지난해 1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자리였다. 한 장관은 당시 약 4분간 원고 없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한 장관의 영상은 석 달 만에 유튜브 누적 조회수 200만 회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발언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연설문 없이 저렇게 논리적으로 막힘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한 장관을 잘 아는 검사들은 “한 장관은 오직 ‘참’과 ‘거짓’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고 발언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장관은 어려운 말 없이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설화법으로 야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저는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습니까”라고 말했고, 같은 당 황운하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설명 시에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 범죄 혐의 사실을 자세하게 말해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진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자신의 장관 능력 평가 적절성을 두고 연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판적 평가도 적지 않다. 원로급 법조계 인사는 “정쟁을 유발하고, 야당 의원을 도발하는 듯한 태도는 장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관이 정치인처럼 너무 많은 말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1973년 출생 △서울 현대고 △서울대 법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27기 △공군 제18 전투비행단 군법무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발령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 △부산지검 검사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 정책기획과장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급)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69대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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