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도 견디는 구조인데’...우크라 댐 파괴 ‘러 고의적 자체 폭파’ 무게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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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한 마을이 카호우카댐 붕괴로 인해 흘러든 강물로 인해 침수돼 있다. AP·연합뉴스



카호우카댐은 외부 충격에 더 강한 ‘사력댐’
지난해 러·우크라 교전 중 로켓 공격 맞기도
수문 일부 파괴됐지만 댐 구조물 손상 없어
美전문가 "탄두 직격해도 붕괴 안돼" 지적
젤렌스키 "1년 전부터 댐에 지뢰 설치 정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붕괴 배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은 이 지역을 점령 중인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폭파시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군수·공학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카호우카 댐이 내부 폭파로 붕괴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댐이 무너지는 원인으로는 크게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내부의 고의적인 폭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의 경우 내부의 고의적인 폭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폭발물 전문가인 닉 글루맥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교수는 "(미사일의) 탄두에 실을 수 있는 폭발물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직접 맞는다 해도 댐을 붕괴시킬 순 없다"고 NYT에 설명했다. 그는 "댐 붕괴에 필요한 힘의 규모를 생각해 보라"며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호우카댐의 저수량은 약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와 비슷하며 한국 충주호의 약 7배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처럼 막대한 양의 물이 가하는 압력을 버티는 댐을 외부 충격으로 폭파하려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폭탄이나 미사일로 인한 외부 충격은 댐의 일부에만 파손을 가할 뿐, 이번처럼 절반으로 쪼개지는 붕괴를 일으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부 폭발설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기 이전이던 지난 5일(현지시간) 멀쩡하던 모습(왼쪽)과 6일 파괴 이후의 모습(오른쪽)을 비교한 위성사진. 폭발 사고 이후 댐의 절반 이상이 파괴돼 물에 떠내려 갔으며 발전시설도 물에 잠겨 위성사진 상으로는 그 형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막사테크놀로지·AFP·연합뉴스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카호우카 댐이 군사적 공격에 따른 충격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번처럼 붕괴되진 않았다는 점도 내부 폭발설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시를 탈환할 당시, 카호우카 댐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격렬한 교전을 벌인 적이 있지만 당시 로켓 공격 등으로 수문 일부가 파손되긴 했어도 댐 구조물에서는 손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댐 전문가인 그레고리 배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교수는 댐이 수량 증대로 인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경우 일반적으로 댐의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발생한 폭발로 파손된 카호우카 댐의 경우 그렇지 않고, 댐의 중간 부근에서 파괴가 시작돼 양측으로 넓어지는 상황이다. 배처 교수는 "수문 일부가 손상된 상태에서 수위가 상승할 경우, 수문 일부가 찢어질 수는 있지만 이 정도 규모로 파괴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호우카댐을 건설한 우크라이나 측도 댐의 강도 등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고의적 자폭을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수력발전회사의 이호르 시로타 대표는 카호우카 댐이 "원자폭탄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며 "미사일 공격으로는 이 정도까지 댐을 파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호우카 댐은 모래와 자갈로 댐을 쌓고 외부만 콘크리트로 덮힌 사력(砂礫)댐이다. 사력댐은 외부 폭발에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댐을 포함한 노바 카호우카 지역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사실도 근거로 러시아가 댐을 무너뜨렸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7일 보도된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카호우카 댐 파괴의 배후에 대해 러시아가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대반격을 그쪽으로 개시하는 데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1년 전부터 댐에 지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고 이를 우리 협력국과 공유했다"면서 "모든 이들은 적이 우리가 영토 수복을 위해 해당 지역에 침투하는 것을 느끼면 댐을 폭파할 위험이 높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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