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환경 계속 변해… 경계심 늦춰선 안돼[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9 09:03
  • 업데이트 2023-08-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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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카페 -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27) 반복되는 군비 경쟁

박지원 ‘능양시집서’

까마귀 깃털은 과연 검은가?
석양 등 주변따라 붉게도 보여

北위협 단순 반복돼 보이지만
국제정세 달라져 위험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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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도 있고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던 AP통신은 “엄밀히 말해 전쟁 상태인 남북은 모두 자국의 군사 정찰 위성 보유를 희망하고 있다”며 누리호 발사의 의미를 짚었다.

일상에서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거의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듯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다. 전쟁을 향한 움직임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쪽에서 미사일 전력을 첨단화하자 다른 쪽에선 스텔스 전폭기 등 최첨단 전략 자산을 증강한다. 힘에는 힘 식의 대결이 반복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라 남북이 휴전을 한 지난 70여 년 동안 말이다.

지난달 말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을 때 경계경보가 발령되었다. 바로 오발령이었음이 통지되었지만, 어찌 됐든 경계경보가 발령되었음에도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 등교 준비를 하는 우리의 모습을 외신은 신기한 듯 다루었다. 대만에서 장기간 체류했던 지인에게 전해 들은 대만 국민의 모습도 비슷했다. 외부에서는 전쟁이 언제 터져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짧지 않은 기간 전쟁 위기 고조와 감소가 반복되다 보니 대만 국민은 평상시 같은 일상을 잘 보낸다고 한다.

반복에 길든 결과다. 반복은 위험조차 익숙하게 만들어 고도의 위험에도 심드렁하니 반응케 한다. 반복이 사람들의 시선을 차이보다는 같음에 묶어두기 때문이다. 하여 반복은 순환과 다르다. 우리는 자연의 운행을 두고 순환한다고 하지 반복된다고 하지 않는다. 해마다 사계절이 순차적으로 펼쳐지는 건 매한가지지만, 매번 전과는 다른 차이를 빚어내며 펼쳐지기에, 누구도 작년의 사계절과 올해의 사계절이 똑같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반복과 순환 모두 무언가가 되풀이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순환은 이처럼 차이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반복과 다르다. 이때 차이는 되풀이될 때마다 다르게 형성되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곧 순환은 차이를 빚어내는 관계를 함께 드러내기에 되풀이되어도 같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고, 반복은 그러한 관계보다는 드러난 양상에 집중케 하기에 동일하다고 여기게 된다. 가령 까마귀 깃털은 그것만 보면 까맣게 보이지만 주변에 펼쳐진 관계 속에서 보면 다른 빛깔로 보이기도 한다. 연암 박지원의 증언을 들어보자.

“저 까마귀를 보자. 깃털이 그것보다 까만 것은 없다. 그러다 홀연 젖빛이 감도는 금색을 띠기도 하고, 다시 진한 녹색으로 빛나기도 한다. 해가 비치면 자줏빛이 튀어나와 눈에 어른거리다 비췻빛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내가 푸른 까마귀라고 불러도 괜찮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고 말해도 또한 괜찮을 것이다. 그 새는 본디 정해진 빛깔이 없는데도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버리고 만다.”(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

연암은 까마귀 깃털이 까맣다는 세간의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가만히 보니 늘 까맣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까마귀가 햇빛과 만나니, 달리 말해 햇빛과의 관계 속에서 보니 ‘푸른 까마귀’ 혹은 ‘붉은 까마귀’라고 불러야 합당할 정도로 그 빛깔이 달랐다고 한다. 이러한 체험을 토대로 연암은 까마귀 깃털에는 원래 정해진 빛깔이 없는데 자신이 지레짐작하여 까맣다고 단정하는 우를 범했다고 고백한다. 까마귀 하나만 놓고 보았기에 오류를 범했음이니, 주변에 펼쳐진 관계 속에 그것을 놓고 봐야 타당하다는 관점이다.

되풀이되는 군비 경쟁도 이렇게 보면 휴전 이후 거듭되어온 반복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군비 경쟁이라는 외양이 반복된다고 하여 그것을 둘러싼 관계도 반복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반도의 군비 경쟁을 둘러싼 지난날 냉전시대의 관계와 미·중이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오늘의 관계가 똑같을 리 만무하다.

하여 관계 속에서 보면, 아무리 오발령이라고 해도 경계경보에 심드렁하게 반응할 수 없게 된다. 남북이 여전히 전쟁 중임이 관계 속에서 생생하게 목도되기에 그러하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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