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종이접기로 사랑 전하는 ‘코딱지들’의 영원한 선생님[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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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1980년대 어린이들을 색종이와 친구 맺게 해 준 주인공은 바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원장이다. 1988년 KBS1 ‘TV 유치원 하나둘셋’을 시작으로 KBS2 ‘혼자서도 잘해요’, EBS ‘딩동댕 유치원’ 등을 거쳐 2000년대 초반까지 김 원장은 방송을 통해 다양한 종이접기 방법을 소개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에도 방송, 강연 등을 통해 계속 종이접기를 전파했다. 현재는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과 미술체험공간 아트오또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충남 천안에 있는 아트오또에서 종이로 만든 작품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어린이날을 맞아 강원 양구 등의 각종 행사에 참가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40년 전, 김 원장이 처음 종이접기를 접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종이접기 불모지였다. 김 원장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다. 퇴사 후 사업을 시작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당시 일본 아이들은 능숙하게 종이접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교육 현장을 살펴보니 일본과는 아주 달랐다. 유치원·초등학교에서는 회화만을 가르쳤고, 아이들이 종이를 가지고 접는다는 것이 고작 딱지 정도였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 원장은 종이접기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에도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종이 조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종이접기와 다른 재료를 결합해 3차원 물체를 만드는 종이 조형을 함께 연구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미술 교사로 취직해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 교사가 학생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친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다. 아침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TV 유치원 하나둘셋’의 제작진으로부터 종이접기 코너를 함께해 보자는 제안이 왔다. 그러나 방송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였다.

방송 초반에는 늘 새로운 종이 조형을 선보여야 하니 부담이 컸다. 매번 쫓기듯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 때문에 목 디스크가 오고, 우울증도 찾아왔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지나자 놀랍게도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는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방송 주제만 듣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의 손이 닿는 곳에는 어디든 종이가 있었다. 운전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종이를 접었다. 수만 점의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아이들에게 종이 조형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온 김 원장은 2015년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작가의 간곡한 부탁에도 ‘청년들이 종이접기하는 것을 보겠나?’며 거절했다. 거듭된 요청에 딱 한 번만이라며 승낙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종이접기 아저씨의 등장에 어른이 된 코딱지들이 몰려온 것이다. ‘선생님을 보니 눈물 난다’며 인사를 남겼고 접속자가 폭주해 한때 인터넷 방송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후 김 원장은 어른을 위한 강연을 시작했다. 그 시절 코딱지들이 자라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성장기에 IMF 사태가 터졌고, 취업난도 겪었다. 어른이 된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 후 청장년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많이 다녔다. 강연이 있으면 김 원장은 전날부터 마음을 다잡는다. 좋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해 주기 위해서다.

코딱지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지만, 광고 출연 제의는 거절한다. 자신은 방송인이 아닌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대신 종이접기에 대한 사랑을 해외로 전파한다. 김 원장은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사람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유아교육과 학생이나 일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종이접기 문화를 전파했다.

김 원장은 힘이 닿는 한 많은 학생을 만나겠다는 각오다. 자신을 ‘조형 예술가’보다는 ‘교육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이접기는 소근육 발달을 돕고, 공간감과 논리적 사고, 창의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최고인 놀이이자 공부다. 정해진 방법을 따라 하면 따라 하는 대로, 자기 마음대로 접으면 또 그대로 아이는 성장한다. 사랑은 사람을 평생 아이처럼 순수하게 만들기도 하고, 성장하게도 한다. 반평생 방송과 강연 등을 통해 종이접기를 세계에 전파해 온 김 원장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한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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