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손맛[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07-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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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족발’이란 간판을 단 어느 시골의 족발집을 보면서 동행한 외국인이 묻는다. 장모님의 다리로 만든 음식이냐고. 그것이 아니라 장모님의 손맛으로 맛있게 만든 족발이라고 설명해 주니 이 친구는 한술 더 뜬다. 장모님의 손에 특별한 맛이 있냐고. 한국에 온 지 오래고 한국어도 꽤나 능숙하게 하니 국어 선생을 상대로 말장난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 말이다.

장모님의 손맛은 특별한가? ‘손맛’은 세 가지 뜻이 있는데 이때는 ‘음식을 만들 때 손으로 이루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라는 세 번째 뜻의 용법이다. 그런데 요리를 할 때 손에서 맛을 낼 수 있는 성분이 정말로 우러나온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니 이때는 성분이 아니라 정성과 노력이 내는 맛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젓가락을 비롯한 여러 도구로 휘휘 저어 음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손으로 조물조물 꼼꼼하게 무치고, 빚고, 싸서 만드니 그에 대한 특별한 경외의 뜻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장모님일까? 사실 자신의 장모님은 아내 형제자매들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자신의 어머니는 누군가에게 장모님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때의 장모님은 어머니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자식들을 위한 끔찍한 사랑이 손끝을 떠나 혀끝으로, 그리고 마음에까지 와 닿는 것이다.

문제는 왜 장모님, 혹은 어머니여야 하는 것인가이다. 음식 중의 최고는 남이 해 주는 음식이라지만 그 남이 자신과 아내를 낳아 길러 준 어머니여야 할 이유는 없다. 손맛은 정성과 노력이니 누구에게나 있다. 손에 양념을 묻히는 게 싫으면 일회용 비닐장갑이나 라텍스 장갑도 있다. 장갑을 끼고 음식을 만들어도 어느 누구도 ‘장갑 맛’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 장모님께, 그리고 어머님께 손맛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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