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07-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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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드물어진 경양식 집에서는 ‘까쓰’가 주된 메뉴였다. 돼지고기로 만들었으면 ‘돈까쓰’이고, 쇠고기로 만들었으면 ‘비후까쓰’이다. 생선으로 만들었으면 ‘피시까쓰’여야 할 텐데 그냥 ‘생선까쓰’이고 다진 고기로 만든 ‘함박스텍’도 이 흐름을 따라 ‘함박까쓰’가 된다. 이 모든 까쓰의 기원은 일본어인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탈리아어 ‘코톨레타(cotoletta)’에 이르게 된다.

19세기 후반 서양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일본에서 ‘커틀릿(cutlet)’을 ‘가쓰레쓰(カツレツ)’로 받아들였고 재료로 돼지고기를 쓰면서 ‘돈가쓰레쓰’가 자리를 잡았다. 이 음식이 외래어표기법이 정착된 요즘에 들어왔다면 ‘돈가스’가 되어야 하겠지만 20세기 초반에 들어왔으니 결국 부르는 사람들 마음이어서 ‘돈카쓰, 돈까쓰, 돈카츠, 돈까츠’ 등 다양하게 표기되고 발음되었다. 오늘날 가장 흔한 발음은 ‘돈까쓰’이지만 ‘뻐쓰’라고 발음하면서 ‘버스’라고 쓰는 것처럼 ‘돈가스’가 외래어표기법에서도 인정하는 표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돈가스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이 음식은 경양식집을 넘어 분식집의 메뉴로, 나아가 학교 급식의 메뉴로도 나오니 음식 자체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음식 이름의 접미사처럼 쓰였던 ‘까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후까쓰’는 ‘비프스테이크’로, ‘함박까스’는 ‘햄버거스테이크’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다. 심지어 원조 격인 돈가스도 요즘에는 ‘포크커틀릿’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경양식집보다 스테이크 하우스가 익숙한 이들, 일본어가 아닌 영어가 익숙한 이들이 늘어난 결과이다. 동시대를 살면서 누군가는 돈가스를 먹고 누군가는 포크커틀릿을 먹는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문제이다. 같은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평화롭게 먹으면 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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