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찾아와서 괴롭히는 손님 때문에 직장 그만두고 싶어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07-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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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처음으로 정규직이 됐습니다. 어떤 손님이 커피를 주문했는데, 커피가 너무 뜨거워 혀를 데여 치과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넌지시 하더군요.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직원에게 매일 나오는 지급분을 이용해 손님이 원하는 음료를 드렸습니다. 그 손님은 제가 마감하는 날마다 카페에 찾아와 계속 치료비가 든다며, 원래 몸이 차가운데 아이스 음료를 마셔야 한다면서 제게 책임을 묻는 얘기를 조곤조곤 퇴근 시간이 넘도록 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면 차라리 경찰을 부르겠는데 지속적으로 이렇게 얘기만 하고 가니 매일 답답하고, 애초에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잘못인가 싶습니다. 잠도 못 자고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나을지 고민도 됩니다.

그냥 퇴직하면 무력감 커져… 책임자와 상의해 ‘해법’ 찾아야

▶▶ 솔루션


고객을 대할 때 명백한 과실이 없어도 억울한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범위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를 대처하기란 원래 힘듭니다. 그런 경우를 잘 대처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본인 탓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느꼈을 수도 있는 불편함에 대해서 사과를 한 것이지, 상대방이 주장하는 정도로 과도한 잘못을 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미안하다고 한 것이 결코 모든 것이 내 잘못은 아니며, 향후 지나친 괴롭힘은 분명 상대방의 잘못입니다. 만약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사과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느 부분까지는 죄송하지만 그 외 부분은 인정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퇴근 시간에 와서 방해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든 그런 고객이 가끔 있기 때문에 동료나 책임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만 갖고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동료나 책임자와 상의하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런 대화를 하는 것도 자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극소수의 이상한 사람 때문에 그 기억이 훨씬 더 강하게 각인될 수 있지만,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또 고객의 기분이 상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잘 대처한 상황이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지적이나 비판이 여러 군데에서 지속된다면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살아왔는데, 한두 사람의 비난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물론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무조건 내가 옳다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서 내가 잘못했는지, 타인이 잘못된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 답을 맞춰보는(validation)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상황이 힘든 것은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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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내 인생에 소중하지도 않은 비중이 낮은 사람 때문에 바로 그만둔다면 오랫동안 더 깊은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을까요. 견디더라도, 싸우더라도 그저 나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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