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에 대하여[유희경의 시:선(詩:選)]

  • 문화일보
  • 입력 2023-07-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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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매번 명쾌하게 물어보는 AI에게/ 너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무릎을 꿇고 심장도 내어놓고/ 이윽고 우정을 말하고 사랑을 말하기까지/ 그런 것이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 주민현 ‘다 먹은 옥수수와 말랑말랑한 마음 같은 것’(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고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언제나 지난하다. 지쳐갈 때쯤, 참석자 중 하나가 새로운 SNS 서비스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해왔다. 아직, 이라는 나의 대답에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말을 잇지 않았고 나 역시 대꾸하지 않았으므로 대화는 거기까지였지만, 그의 반응이 의미하는 바는 짐작 간다.

시인도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 어렵다면 시늉이라도 필요하다, 여기리라. 나의 반응이 삐딱한가. 새로운 것 앞에서 예외 없이 받는 질문이다. 서둘러야 한다. 자칫하다간 도태된다. 그런 경고가 뒤따른다. 동영상 플랫폼이, 메타버스가, 생성형 AI가 등장할 때마다 조급함에 휘둘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와선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나의 관심은 그 내부에 있는 ‘인간성’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가도, 도태되어도, 진보하거나 퇴보해도 결국 남는 것은 인간, 사람의 삶이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시를 쓰고 서점을 운영하는 것도 삶을 이해하고 더 가까이 가보고 싶어서였다. 본질이 동일한 거라면, 무시할 수는 없어도 너무 애쓸 필요 또한 없지 않은가.

회의 막바지쯤 다음부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반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람과 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문득, 이 고단함에 소중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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