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와 따아[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08-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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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쪄 죽을 만큼’의 더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죽을 만큼 더울 때 생각나는 것은 역시 찬 음식인데 과거에는 얼음을 넣은 미숫가루나 콩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런 날에는 추운 겨울에 얼어 죽더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얼죽아’들이 아니더라도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

커피에 진심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진하게 내려 홀짝 마시는 에스프레소만 커피로 쳐 준다. 그러니 고온 고압으로 내린 커피 원액에 물을 넣어 희석한 커피를 경멸한다. ‘아메리카노’라는 말은 미국 사람이 만든 커피가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나 먹는 덜떨어진 커피란 뜻도 담겨 있다. 상황이 이러니 물도 모자라 얼음을 듬뿍 넣은 커피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렇게 마신다고 해서 따라 할 이유도 없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경멸한다고 해서 마시길 주저할 이유도 없다.

요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로 줄인 것도 모자라 ‘얼어 죽어도’까지 붙인 것을 보면 이 말은 틀림없이 젊은이들이 만든 말일 것이다. 줄임말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어른들도 ‘아아’에는 그리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습성과 효용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본래 아메리카노는 따뜻한, 혹은 뜨거운 것이 당연했으니 이를 따로 부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라 부르니 이와 짝이 맞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 짝을 누군가는 ‘뜨아’라고 하고 누군가는 ‘따아’라고 한다. 뜨거우면 입을 데니 적당한 온도의 따아가 더 나아 보이는데 같은 모음이 반복되니 좀 꺼려지기는 한다. 아니다. 지금은 더워서 아아를 마셔야 할 때이니 뜨아나 따아에 대한 고민은 날이 선선해진 뒤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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