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용기[유희경의 시:선(詩:選)]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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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싫어한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에요/ 안 좋아한다는 것은 단지 조용하길 원하지만 매일매일 라디오를 켜는 습관 같달까. 그냥 아나운서의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듣는달까 그런 거예요 매사 심각해질 필요는 없어요’

- 한연희 ‘인절미 콩빵’(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시인 구의 첫인상이 마냥 좋았던 건 아니다. 그의 탓이 아니다. 헌칠한 키, 중저음의 목소리, 능글맞아 보이는 사람 좋은 웃음. ‘언제 보았다고 반가운 척이지.’ 일단 의심하고 좋아하지 않기. 나의 천성이다. 덕분에 우리는 한참 지나서야 가까워졌다.

아니지. 경계와 냉소는 결과 값일 터다. 그러니까 나의 천성이란, 겁이 많은 것이겠다. 낯선 것이 두렵고, 알지 못하는 것이 걱정돼 무작정 밀어내고 미워하고 만다. 이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 다만, 견디고 배워가며 의미와 보람, 좋은 점을 찾아내고 누릴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여태 이를 배우지 못한 나는, 성숙과 요원한 사람이구나. 요즘은 구에게서 좋아하는 마음을 배운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구는 로스터리를 운영해보겠다며 커피 원두 볶기를 배우고 있다. 자영업을 먼저 경험해본 선배로 나는, 그런 가게가 너무 많지 않으냐, 부정적 태도로 말렸으나 시인 구는 고집스레 자신의 장래를 밀어붙이는 거였다.

걱정했으나,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이제는 질투가 다 날 지경이다. 마치 막 글자를 알게 된 어린이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그 새로운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그가 의기양양하게 새로 볶아 가져다준 커피를 마시면서 좋아함에 필요한 덕목을 생각해봤다. 여럿이 있겠으나 그중 으뜸은, 용기가 분명하다. 바투 다가가야 할 테니까. 기꺼이 내어주고 받아야 할 테니까. 나는 참 겁보로구나. 그 와중에 커피가 맛 좋아 실실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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