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요일[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8 11:32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만든 한글로 받침 하나, 모음 하나 바꿔 다른 단어를 만드는 마술은 오늘도 계속된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워 ‘님’으로 만들고, 못생긴 열매 ‘못난이’를 모음 하나 바꿔 ‘맛난이’로 알뜰하게 파는 마술이 그것이다. 이 마술이 ‘다이어터’들의 ‘치팅데이’까지 점령해 ‘먹요일’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목요일’을 모음 하나 바꾸면 ‘먹요일’이 되지만 꼭 목요일일 이유는 없다. 다이어트로 굶주리다 어느 하루 맘껏 먹어도 되는 날이면 된다.

체중 조절을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것을 뜻하는 다이어트는 우리말의 일부가 되었다. 외국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는 사전에 순화어가 올라 있기도 한데 이 단어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식이 요법’이나 ‘덜 먹기’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엣것은 의학 용어 느낌이 강하고, 뒤엣것은 단어가 아닌 구인 까닭에 널리 쓰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녘에서는 화끈하게 ‘살까기’란 말을 쓰는데 어감도 좋지 않고 음식이 아닌 살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적절하지 않다.

다이어트나 치팅데이는 인류가 굶주리던 시기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먹을 것이 차고 넘쳐 각종 질병이 생기면서 비로소 생겨난 말이다. 먹요일이나 살까기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넘쳐나는 시기에 생겨나기 시작한 말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다른 나라의 말을 줄여 우리말을 살찌우자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 말이기 때문에 무조건 ‘말까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말은 소통을 위한 것인데 외래어나 외국어를 남발해 누군가는 알아듣지 못하는 문제라면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말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음식을 적당히 먹고 말을 적당히 가려 쓰면 살까기나 먹요일이 따로 필요할 이유가 없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식생활, 말생활이면 매일이 먹요일이어도 좋을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