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과 편육[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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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면발 위에 얇게 저민 고기 두어 점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별도의 접시에 얇게 썬 고기 여러 점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또 뭐라 해야 할까? 순댓국집에 가면 머리고기를 눌러 굳힌 뒤 얇게 썰어낸 것을 접시에 내어 놓는데 이건 또 뭐라 해야 할까? 차례로 편육, 수육, 편육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흔한 듯한데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식의 이름은 만들고 먹는 사람 마음대로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육은 물에 삶아 익힌 고기를 뜻하는 한자어 ‘숙육(熟肉)’이 변한 것으로 본다. 첫 음절의 받침 ‘ㄱ’이 왜 탈락했는지 모르지만 ‘목욕’도 방언에서는 ‘모욕’이라 하기도 하니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다. 고기는 굽고, 삶고, 튀겨 익힐 수 있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삶는 것이다. 이렇게 삶은 고기를 덩어리째 먹을 수 없으니 얇게 썰어내면 편육이 되는 것이다. 냉면의 편육은 육수를 우려낸 고기를 얇게 저며 낸 것이고 수육은 따로 삶아낸 후 잘라 나온 것이니 같은 냉면집에서 나온 것이라도 조금 다르다.

그런데 돼지의 머리고기도 편육으로 먹기도 하니 헷갈리기도 한다. 고사를 지낸 돼지머리를 바로 썰어서 먹기도 하지만 여러 부위를 잘게 썰어 틀에 넣은 뒤 눌러 굳히기도 한다. 여러 부위가 콜라겐 성분으로 붙어 굳으니 독특한 무늬, 색감이 나는데 이걸 얇게 잘라 접시에 담아내니 이 역시 편육이 되는 것이다.

고기를 구울 때도 얇게 썰기는 하나 이를 편육이라고 하는 일은 없다. 그러니 편육은 삶은 고기, 곧 수육을 가리키기도 한다. 수육은 고기를 가장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굽는 과정의 여러 나쁜 물질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삶는 과정에서 지방도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고기는 불맛과 기름진 맛 때문에 먹는 것이라지만 그 맛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면 수육과 그 동생 편육을 더 가까이 할 만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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