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방치되고, 수호예산 25% 깎인 ‘독도’[현장에서]

■ 현장에서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태극기가 가장 잘 팔리는 곳이라고 하네요.”

‘독도의 날’을 앞둔 지난 19일 울릉도 사동항 여객 터미널은 애국심으로 가득했다. ‘독도는 국뽕이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매점 앞에선 태극기와 태극기가 그려진 머리띠, 손수건, 선글라스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모두 독도로 향하는 사람들로, 450명 정원의 여객선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날 거센 풍랑으로 결국 독도에 입도하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려야 했지만, 독도 여행객들은 멀미로 고생하면서도 독도를 배경 삼아 사진 찍으며 한껏 독도를 즐겼다.

사동항에서 멀지 않은 사동 해안가엔 ‘울릉도 해저 케이블 육양 지점’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하나 있다. 1904년 무렵 일본과 우리나라를 연결하기 위해 통신선을 포설한 흔적이다. 러·일 전쟁을 전후해 일제가 울릉도·독도를 침탈하려던 증거가 되는 중요한 유적이지만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관광객들에게 관심을 받지도 못하거니와 닿을 수 있는 길도 없어 담을 넘어 수풀을 헤치고 가야만 볼 수 있을 만큼 관리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소개한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지만…”이라며 방치된 유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매년 독도의 날을 즈음해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침 이때가 국정감사 기간이다 보니 국회서도 ‘독도 지킴이’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단골소재로 쓰인다. 하지만 독도를 지키자는 외침은 반일 감정의 증폭제 정도로 소비됐다가 내년을 기약한 채 잊히곤 한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억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학술적 논의로 이어지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독도 입도객이 2004년 4만여 명에서 지난해 28만 명으로 7배나 늘어나며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는 수치보다 1950년대 조선산악회의 학술조사 이후 여태껏 제대로 된 종합 학술조사가 부재했다는 사실에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독도를 지키는 건 어렵지 않다. 독도가 왜 대한민국의 고유한 영토이고 어떻게 우리 땅이 됐는가를 증명하면 된다. 울릉도가 일본 오키섬보다 역사적·지리적·생태적으로 독도와 가까웠다는 것과 일본이 오래전부터 이곳을 침탈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주권수호 예산이 올해 5억1700만 원에서 내년 3억8800만 원으로 25% 삭감되고, 울릉도와 독도의 유적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을 보면 독도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유승목 문화부 기자 mo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