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470만호·공공장례 年5만건… 늙어가는 일본의 그늘[Global Window]

  • 문화일보
  • 입력 2023-10-31 09:01
  • 업데이트 2023-10-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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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교토 시마바라 지역의 빈집을 문화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 아키야 하우스 캡처 뉴시스



■ Global Window - 일본 ‘초고령사회’ 대책 고심

빈집 원인 32%가 ‘소유자 사망’
특별법 만들어 상속자에 稅혜택
여관 등 리모델링해 ‘빈집 재생’

정부, 시신 화장·납골비용 부담
지난해 장제부조비용 110억엔
지자체 58% “무연고 무덤 피해”


도쿄 =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이 요양시설에 들어가 생활하고 계시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사시던 ‘빈집’ 관리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일본 도쿄(東京)에 거주하는 60대 A는 최근 요양시설로 이사한 90대 부모님이 거주하던 지방 본가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빈집이 늘어나고 무연고 묘역이 늘고, 공공부담 장례가 느는 등 사회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며 해당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가노현의 빈집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 아키야 하우스 캡처 뉴시스



◇‘빈집’에 세금 부과하거나 카페·숙박시설 등으로 재생=초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전역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는 ‘빈집’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별장이나 임대목적을 제외하고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된 빈집은 2018년 기준 350만 호로, 2030년엔 470만 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빈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든 소유자의 사망’이다. 지난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소유자의 사망이 3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빈집이 2013년에 1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2014년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빈집을 방치하는 주원인으로 지적됐던 빈집을 상속받아야 할 소유주를 찾는 데 보조금을 지원했다. 또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5일 빈집을 방치하는 이들에게 별도 세금을 무는 특별 법안을 발표해 빈집 방치에 대한 경각심을 세우고 있다. 한편에선 고령자 사망 후 주택 방치 문제를 해소하고자 2016년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빈집 상속 이후의 주택 매각을 촉진하기 위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운영한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내에선 빈집 관리를 대행하는 민간 기업이나 빈집을 재생하는 비정부기구(NGO) 기업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빈집을 재생하는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단법인 ‘빈집 innovation’에서는 최근 미에(三重)현에 위치한 빈집을 여관으로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기도 했다. 사사노 미사에(笹野美佐惠) 이바라키(茨城)대 현대사회학과 교수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지방의 빈집을 개조하고 카페 창업을 하거나 맥주 공장을 만들거나 그러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추구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서로 매칭시켜 지역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자란 도쿄 아오야마의 한 묘지에 무연고 무덤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아오야마 영원 SNS



◇늘어나는 공공 부담 장례…역대 최다 5만 건 넘어=문제는 빈집만이 아니다. 일본은 사망자 유족이 없거나 경제 형편이 열악해 장례비를 공공 부담으로 치르는 ‘공공 부담 장례’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공공 부담 장례는 2022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기준 5만2561건에 달한다. 종전 최다였던 전년도의 4만8789건보다 3772건이 늘어 1956년 집계 개시 이후 역대 처음으로 5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일본 사회의 개인화와 고립화가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와 마주하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장제 부조는 유족이 없거나 유족이 장례비를 지출할 수 없는 경우 병원 등 제3자의 신청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시신 운반, 화장, 납골 등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로, 도시 지역은 1건당 21만 엔(약 180만 원)이 지급된다. 장제 부조 비용도 2021년도 104억 엔에서 작년도에는 110억 엔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는 “장례 뒤에도 화장된 유골을 인수할 유족이 없는 무연고 유골 역시 증가해 이에 따른 지자체의 관리 부담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무연고 무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8개월에 걸쳐 전국 171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공영 묘지와 납골당이 있는 지자체의 약 58.2%가 무연고 무덤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응답했다. 각 지자체가 무연고 무덤 증가로 인해 입고 있는 피해 중 가장 큰 것은 재정적인 부담이다. 관리 미비나 관리비 체납 등으로 잡초나 나무가 자라 묘석과 비석이 무너지는 등 기물 손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묘지는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무단 철거는 불가능하다. 일본 현행법상 무연고 무덤으로 판단돼도 상속자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철거할 수 없다. 지자체는 묘지 상속자들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장례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무연고 무덤의 처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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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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