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당한 제가 한심하고 화가 납니다[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1 09:03
  • 업데이트 2023-11-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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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주식이나 부동산투자 모두 어렵다고 생각되는 와중에, 은행 이자보다 약간 높은 이자를 준다는 사모펀드를 소개받았습니다. 제가 돈을 맡기면 향후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해서 모두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애초에 약속한 곳에는 투자하지 않은 채로 제 돈을 다른 사업이나 해외로 빼돌렸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후로 잠도 안 오고, 먹지도 못하며 하루 종일 불안합니다.

언론에서 본 사례처럼 500만 원을 투자하면 3억 원을 만들어준다는 허황된 제안도 아니었습니다. 은행 이자보다 2배 정도의 수익률과 자금 모집하는 사람의 인지도, 규모 등을 통해 괜찮다고 판단했습니다. 저 말고도 피해자들이 많아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보는데 더 속상합니다. “그럴 줄 알았다” “SNS를 통해 안 사람들과 교류하는 피해자들은 멍청하다”고 매도하는 글도 있으니 자꾸 자책하게 됩니다.

자책보다는 삶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현재 상황에선 최선

▶▶ 솔루션


어떤 방면이든 우월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고 더 부족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일단 벗어나야 합니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하고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가해자가 될 뿐입니다.

폭행, 성범죄, 사기 등 인간이 다른 인간을 악용하는 범죄가 보도되면 사람들은 피해자의 결함을 찾아내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야하게 입고 밤에 돌아다녀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자를 매도하면, “나는 그럴 일이 없어서 그런 피해를 당할 우려가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는 채, “나는 저런 상황을 겪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당장 안도하고 싶은 SNS의 글에 몰입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기사보다도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SNS 글을 검색한다고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도 초연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예 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객관적으로 살펴보시라고 다른 예를 들어본 것입니다. 즉 성범죄가 아니라 사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연히 사기를 친 사람이 나쁜 것이기에, 당한 사람이 나쁘다는 자책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기하는 것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곱씹고 스스로를 탓하는 것은 지양합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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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라도 변제를 받든, 범죄자가 벌을 받든, 손해 본 돈을 메꾸든, 당장 며칠 안에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일상을 잘 붙잡고 가야 합니다. 수면과 식사에 이상이 있거나 두근거림, 숨막힘, 소화불량 등 신체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서라도 신체 기능을 회복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일로 업무나 가정 등에 문제가 생겨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면, 후회가 더 깊어지고 길어질 테니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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