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MZ세대 행정관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승진’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 내 승진이 지나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MZ세대들의 투정일까. 실제 지난해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승진한 인사는 한 손에 꼽는다고 한다. 애초 총무비서관실에서 이래저래 승진 대상으로 올린 인사들 대부분이 승진에 ‘실패’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근무 자체가 엄청난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또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적인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대통령실 직원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시절, 구중궁궐에서 권력 나눠 먹기 하듯 어공(어쩌다 공무원), 늘공(늘 공무원) 가리지 않고 승진 잔치를 벌였던 폐단도 끊어야 한다.
단, 억지로 대통령실 승진을 막고 있는 상황의 폐해는 꽤 심각하다. 어공이고 늘공이고 대통령실 근무를 피한다. 한 고위 공무원은 “승진을 앞둔 4급 서기관들이 대통령실 파견을 기피해서 현 근무자가 후임자를 설득하는 게 일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래 중 이른바 가장 ‘잘나가는’ 공무원들이 대통령실에 파견 가지만, 정작 승진은 밀리고 정권이 바뀌면 이래저래 책임질 일만 생긴다는 게 주된 기피 이유다. 매년 승진 TO는 정해져 있으니, 대통령실에서 누군가 승진하지 않으면 그 TO는 그대로 부처로 돌아간다. 이미 부처의 승진이 더 빠른 ‘승진 역전 현상’은 여러 부처에서 일어났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 부역하며 승진 선물을 받았던 이들이 부처에서 똬리를 틀고 숨어 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승진이라는 과실을 따먹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윤석열 정부에 고마워하는가. 아니다. 우리 정부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수석실에서는 승진을 앞둔 행정관들을 ‘원대 복귀’시키는 고육책을 쓰기도 한다.
어공이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 출신, 혈혈단신 대선 캠프로 찾아간 사람들. 이들은 정권을 빼앗긴 설움도 겪어 봤고, 그만큼 윤석열 정부를 만드는 데 온몸 바친 이들이다. 누구보다 대통령실 근무를 자랑스러워하고, 또 그 엄중함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들 역시 당에서, 의원실에서 또박또박 월급 받고 승진하던 ‘월급쟁이’기도 하다. 이미 당 사무처에서 매년 대통령실로 파견 보낼 이들을 뽑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기대보다 낮은 직급을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그게 1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상황에 ‘지쳤다’고 토로하는 어공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투사’를 자처한 이들이지만, 승진은 현실적인 문제다.
막강했던 청와대 권한은 내려놓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연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게 공정이고 정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모세혈관’인,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한 몸 바쳐 일하는 직원들이 대통령실 소속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아야 하는 것도 공정의 영역이 아닌가. 윤 대통령은 ‘각 부처 에이스’를 데려오라고 자주 말했다. 하지만 ‘에이스’들 사이에서 대통령실 파견은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이 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병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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