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푸사루[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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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푸사루, 우리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일본 사람은 이 음식을 잘 알고 있다. 이 음식의 뿌리가 우리 음식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발음을 몇 번 반복해 보면 ‘겹살’, 나아가 ‘삼겹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의 삼겹살이 바다 건너 일본에도 퍼져 ‘사무교푸사루’ 또는 ‘교푸사루’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음식과 이름이 바다를 건너면서 묘한 변화를 겪어서 우리가 아는 삼겹살과 일본 사람들이 먹는 교푸사루는 조금 다르다.

우리의 삼겹살은 지방과 살코기가 겹을 이룬 돼지고기를 가리키는데 일본에서는 익힌 고기를 다른 음식과 함께 쌈에 싸 먹는 것 전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쌈에 싸 먹는 고기는 반드시 돼지고기가 아니어도 되고, 불판에 구운 고기가 아니어도 된다. 고기보다는 다른 음식과 함께 고기를 잎 넓은 채소에 싸 먹는 것을 가리키니 고기쌈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어디에나 있어서 일본에는 야키니쿠가 있고 우리에게는 너비아니나 불고기가 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구운 고기를 쌈에 싸 먹는 문화를 보고 야키니쿠와는 다른 고기 요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돼지고기 샤부샤부를 쌈으로 싸 먹기도 하니 우리와 일본의 음식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음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고기나 회의 참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쌈을 싸 먹는 것을 꺼린다. 쌈장과 온갖 음식이 뒤섞이니 고기나 회의 참맛이 가려진다는 이유다. 그러면 어떠랴. 쌈을 싸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면 되는 것이다. 음식이나 말도 그렇다. 샤부샤부란 음식이나 그 이름을 일본 것이라 해서 꺼리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고유의 음식이든 외래의 음식이든 넓은 마음으로 쌈을 싸서 더 맛있게 먹으면 된다. 정치와 외교가 복잡하게 꼬여도 음식은 이렇게 서로를 넓은 쌈으로 보듬는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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