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가 목표… 민폐시위 문화 꼭 없앨 것”[현안 인터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8 09:28
  • 업데이트 2023-11-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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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로 점거 등 민폐시위와 흉기 난동 등 불법행위에 맞서 공권력을 적극 투입할 것이라며 올해 연말과 내년 화두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를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노숙 집회·출퇴근길 차로 점거
불법 변질될땐 직접 해산 조치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 겪으며
치안력 강화방향으로 조직재편
‘이태원 참사’ 도의적 책임 느껴

현장 대응위해 당당한 법 집행
소송 휘말리지 않도록 면책 확대


인터뷰 = 김충남 사회부장, 정리=김규태 기자

“하루 종일 남의 사무실 앞에 장송곡을 틀어 놓거나 노조가 출근길 차로를 막고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하는 시위는 ‘민폐 시위’입니다. 국격에 맞게 최소한 타인을 배려하는 시위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제복 생활의 명예를 걸고 한국의 집회·시위 문화만큼은 반드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되, 법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윤 청장의 강한 의지가 배어났다. 민폐 시위가 사라져야 대한민국 국격이 살아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1년 3개월여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민주노총 노숙 집회, 흉기 난동 사건 등 온갖 풍파를 겪으며 그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가 됐다. 경찰 조직의 근본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윤 청장은 임기 중 가장 큰 사건이자 멍에로 남아 있는 핼러윈 참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애도와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윤 청장과의 일문일답.

―오는 11일 민주노총 등의 대규모 민중 총궐기 집회가 예정돼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내는 정당한 수단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대에 맞는 명분이 있었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폭력 시위가 난무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아직도 남아 있는 게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민폐 시위다. 밤새 노숙하는 시위 형태, 도심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차로를 막고 자기들 권리를 주장하며 몇 시간씩 차량 통행을 막는 유형이다. 이런 시위는 없어져야 한다. 대한민국도 선진국 국격에 맞는 집회·시위 문화가 필요하다. 무한정 보장된 자유가 아니라 최소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자기 자유를 주장해야 한다.”

―이번 주말 불법 집회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 건가.

“준법 집회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최대한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공중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 신고 단계부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해산명령과 직접 해산 등 조치를 하고 주최자에 대해선 신속하게 사법 처리하겠다.”

―청장 취임 후 마약 범죄 척결을 내세웠는데,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선진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마약 범죄다. 일부 국가에서 대마 같은 걸 합법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마약이 싼값에 풀리고 있다. 또 비대면 거래가 거의 일상화되면서 인터넷 직구로 누구든 마약을 구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해 흔적도 남지 않는다. 경찰도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실제로 성과가 났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단속, 처벌만 갖고 마약을 일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방, 재활, 치유 시스템이 동반돼야 한다.”

―서민 다중 피해를 일으키는 전세 사기도 지난해 7월부터 특별단속했는데, 수원·부산 등에서 또다시 발생하고 있다.

“2∼3년 전 부동산값이 오를 때 소위 말하는 묻지마 투자한 게 집값이 하락하면서 뻥 터진 것이다. 내년 초까지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물건은 임대인이 돌려줄 돈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추가로 전세 사기를 모의하기는 어렵다. 부동산값도 받쳐주지 않고 수사를 통해 조직화된 곳은 모두 일망타진했다. 지난해 7월 이후 5482명을 검거하고 469명을 구속했다. 이제는 신속하게 수사해 피해금을 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여름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각종 범죄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근 현장 치안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찰 조직을 재편했다. 그동안 지구대·파출소는 112 신고에 치중돼 경력 운용을 한 게 사실이다. 이제는 범죄 예방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다. 시·도 경찰청에 4000명의 기동순찰대와 광역형사대를 신설한다. 이 인력을 기존처럼 지구대·파출소에 순환근무를 시키지 않고 별도로 편성한 것은 범죄 양상 변화로 인해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집중적,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범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겠다는 건가.

“프리카스(Pre-CAS·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를 통해 어느 장소가 범죄 다발 지역이고 어느 때가 범죄에 취약하고 범죄 유형은 어떤 것들인지 취합하고 있다. 또 성범죄 전력이 있다든지, 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등 범죄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도 기존에 제각각 기능이 달랐다면 이제는 여성·청소년 기능에서 모두 담당하기로 했다.”

―현장에선 수사 인력이 줄어 수사력이 약화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치안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한 치안 강화도 있지만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신속한 제압과 수사, 처벌 부분도 치안 역량의 핵심축이다. 치안 강화와 수사는 반비례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 경찰이 형사기동대를 운영하겠다는 건 대표적으로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수사력 약화로 보는 것은 오해다.”

―현장에서 총도 적극적으로 쏘라고 했는데, 막상 소송에 휘말리는 등 면책 여부 문제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당당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정당한 법 집행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면책 조항을 확대하는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에선 기존 형법 체계 틀 안에서 다 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편다. 저희는 법에 정당한 법 집행 관련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해줘 소송 등의 장기적 피해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거다. 물론 100% 면책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명백하게 잘못된 부분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3년에 대한 평가는.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가 대거 우리 쪽으로 넘어왔고, 수사 관련 절차는 더 강화됐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따라와 주지 못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거나 완결성이 기대만큼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내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1000명 정도를 수사 인력으로 보충해줬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줬다. 이제는 베테랑 수사관들이 수사에서 빠져나갔다가 많이 돌아왔다. 사건 처리 기한도 평균 며칠 이상씩 단축됐다. 그럼에도 검찰 시각에서 문제들이 제기되니까 보완 차원에서 수사 규칙 또는 시행령 개정을 한다고 본다. 다만 경찰이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진 책임 수사기관이라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립을 놓고 초기에 논란이 많았다.

“초반에 경찰국이 만들어지면서 경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많이 훼손될 거라 걱정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냐고 반문하고 싶다. 제가 복수직급제를 도입해 경찰 승진 관련 대변혁을 가져왔는데 경찰국에서 행안부와 중간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1월 1일부터 폐지돼 경찰로 이관된다.

“연말 기준으로 국정원이 기존에 진행하던 대공 관련 수사는 모두 경찰에 줘야 한다. 현재는 국정원이 하고 있는 사건을 넘겨받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합동 수사로 해왔다면 앞으로 수사 협의체 형태로도 준비하고 있다. 경찰 자체적으로도 수사 중심으로 담당 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치안 총수로서 책임 문제가 다시 나온다. 과거 정부에선 이런 경우 사퇴도 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경찰청장이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냐 하면 저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법적인 부분은 달리 봐야 한다. 지금 수사 중이고, 재판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건 다른 차원으로 봐줬으면 한다.”

―임기가 1년도 안 남았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건가.

“올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온 국민이 다 같이 느꼈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가 지금의 화두고 내년의 화두다. 경찰의 명예로운 사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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